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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김혜리의 필름클럽,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문화 전반]

영원한 건 없으니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요

by 윤선주 에디터
2026.07.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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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방송과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 마지막 방송을 기다리며 일상의 빈 시간을 지난 방송들로 채우게 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필름클럽을 들었던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첫 방송이 2016년이니 그 무렵부터 듣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지난 시간을 더듬으며 세 사람의 첫 방송을 다시 들었다.


 

2016년 12월 20일 첫 방송의 오프닝

 

김혜리 : 왜 모였을까 도대체. 친목회인가. 이런 의문을 갖고 계실 텐데요. 경위는 이러합니다. S본부 FMzine의 <수요재개봉관>이 개편으로 폐관이 됐어요. 그러고 나서 저와 최다은 피디님이 하는 영화랑 영화 음악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놀랍게도 계셨어요. 그래서 저희도 두 번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호흡이 잘 맞고 즐겁다고 생각해오던 터에 우리가 더 이상 세파와 정세에 흔들리지 말고 그냥 조금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최다은 : 에이! 우리끼리 해버려!


김혜리 : 오직 좋아서 하는. 그래서 하고 싶은 방식대로 오디오로 영화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해나가 볼까 싶어서 클럽을 만들어볼까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북쪽에서 귀인이 나타나셔서 피처링을 해주시겠다는. 아름다운 제3의 멤버(배우 임수정) 까지 홀연히 나타나셔서 오늘 이렇게 클럽을 개업을 해보게 됐습니다. 

 

저희의 운명은 저희도 아직 모르고요. 들어주시는 여러분들이랑 같이 만들어 나가게 될 거고. 어찌 됐든 저희 지금 생각은 여러분이 들으실만한 것을 만들 수 있고, 만드는 저희들이 즐겁고 행복할 때까지만 해보자는 겁니다.


 

씨네21 김혜리 기자와 SBS 최다은 피디, 배우 임수정은 그렇게 모여 영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영화 한 편을 놓고 한 시간 이상, 때로는 두 시간이 넘도록 깊은 대화를 나눴다. 영화를 위해 작곡된 ‘오리지널 스코어’를 음악을 전공한 최다은 피디의 설명과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일수록 빛이 나는 방송이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영화 팟캐스트를 꿈꿨던 세 사람의 방송은 10년을 이어왔다. 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필름클럽을 시작한 2016년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그동안 사람들은 ‘그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지’에서 ‘귀찮고 비싼데 극장 뭐 하러 가’로 생각을 바꿨다. 2시간 동안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장에 찾아가고 영화제에 가고 영화를 보는 걸 즐기는 사람들. 취향은 개인적인 것이어서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내가 본 영화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늘어놓을 수도 없고, 내 취향의 영화를 같이 보자고 강요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필름클럽을 듣는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끝내기 아쉬운 마음을 세 사람의 목소리가 채워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다는 개인적인 행위는 세 사람의 시선을 거치고 사연을 보낸 클러버들의 시선을 거쳐 ‘필름클럽’이라는 느슨한 관계 속의 행위가 된다.


이 관계는 팟캐스트이기에 더 일상적인 관계가 되었다. 집안일을 할 때도 출퇴근을 할 때도 잠 못 드는 밤에도 세 사람의 목소리는 배경이 되어준다. 그런데 당연한 듯 습관처럼 들어온 방송이 10주년을 앞두고 이별을 통보했다.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 울지 않은 진행자가 없었고 화내지 않은 청취자가 없었다. 누군가는 방송 콘텐츠도 상품이고 제작자와 청취자와의 관계는 결국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 아닌지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의 힘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꼭 대단한 이유가 있지 않더라도 그저 그 자리에 오래 있는 존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 몸집을 불려 간다.

 

- 최다은 피디의 에세이집 <비효율의 사랑> 중에서

 

 

언제나 끝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자주 가던 카페가 문을 닫는 것도,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 것도, 좋아하던 잡지가 폐간되는 것도 그랬다. 아니,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동네에 저가 커피 카페가 다닥다닥 생겨나고, 서점을 구경하는 사람은 많아도 책을 사는 사람은 적고, 잡지가 하던 역할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들이 하고 있다. 달라져 가는 세상 속에서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소중한 것이 사라질 때마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고, 당신의 일이 내게 의미 있었음을 말해주어야 한다. 너무 늦지 않았을 때 마음을 전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적절한 때에 가닿은 응원이 소중한 것을 더 오래 지킬 수 있다.


영화가 좋아서 모인 세 사람은 우리와 함께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왜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만두게 되었을까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10년을 이어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고 싶다. 그 시간은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최다은 피디에게 이 일은 본업에 더해진 또 다른 일이었을 것이다.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영화를 보고, 음악과 사연을 고르고, 진행자가 되어 진행도 하고, 녹음본을 편집하는 그 모든 과정을 버티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세 사람에게도 필름클럽이 이런저런 풍파와 수익을 떠나 지속하고 싶었을 만큼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면 좋겠다. 클러버인 나에게도 그만큼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니까.


긴 시간을 함께해온 필름클럽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좋은 영화를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찾아보듯, 필름클럽도 문득 생각나면 다시 듣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여행 하듯 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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