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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음성해설로 다시 만난 '남매의 여름밤' -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같은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본다는 것

by 정선민 에디터
2026.07.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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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을 통해 음성해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했다. 마침 좋은 기회로 서수연 작가가 음성해설을 맡은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 음성해설 버전을 볼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본 영화였지만, 이번에는 이야기를 다시 만난다기보다 음성해설이라는 또 다른 감상 방식을 경험한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재개발로 집을 떠난 남매가 여름방학 동안 할아버지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가족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대신 오래된 집 안에서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과 가족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과거에도 이 영화를 보며 특별한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표정과 시선, 대사로는 드러나지 않는 감정들이 잔상처럼 오래 남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 자체보다 그 장면들을 음성해설이 어떻게 전달할지 궁금해하며 음성해설 버전을 관람하러 충무아트센터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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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에서 읽었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서수연 작가는 음성해설이 배우의 대사나 영화의 소리를 방해하지 않도록 초 단위로 타이밍을 계산한다고 했다. 설명해야 할 것은 많지만 모든 장면을 말할 수도, 그렇다고 필요한 정보를 놓칠 수도 없다.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남겨둘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는데, 실제 영화를 보니 그 고민이 그대로 느껴졌다.


음성해설은 배우의 대사가 끝난 아주 짧은 틈이나 장면이 전환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중요한 음악이나 주변의 생활 소리를 덮지 않았고, 영화 특유의 조용한 호흡도 그대로 유지됐다. 화면을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영화가 가진 리듬 안으로 해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에 가까웠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차분한 박정민 배우의 목소리도 영화와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영화였는데도 인물의 시선과 움직임, 공간의 분위기를 다시 발견하는 경험이 신기했다. 책에서 읽었던 '좋은 음성해설은 작품을 대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온전히 경험하도록 돕는 일'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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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에는 이다혜 기자와 서수연 작가의 GV가 이어졌다.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소개된 음성해설 작품을 직접 감상한 뒤, 작업자인 서수연 작가의 이야기를 이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뜻깊었다. 각각 따로 경험했다면 미처 연결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음성해설이라는 작업을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다.


서수연 작가는 음성해설 원고를 쓰며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영화의 소리와 해설이 충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면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숨소리와 침묵, 음악처럼 영화가 의도한 소리 역시 하나의 연출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해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책에서 읽을 때는 막연히 '정말 세심한 작업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를 본 뒤 이야기를 들으니 한 문장, 한 타이밍을 위해 얼마나 많은 선택이 이루어지는지 더 실감할 수 있었다.

 

GV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배리어프리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해외에서는 외국 영화를 더빙으로 상영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 말을 들으며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에서 서수연 작가가 음성해설은 거창한 도움이나 배려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작품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이라고 했던 문장이 떠올랐다. 특별한 이름을 붙여 콘텐츠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을 읽고, 음성해설 상영까지 경험해보니 책으로 읽었던 이야기들이 영화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음성해설 상영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다시 경험해보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영화가 음성해설과 함께 상영되어,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같은 작품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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