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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당신 지금 듣고 있어요? - 영화 '파리의 사생활'

내가 듣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by 김그린 에디터
2026.07.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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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어요?

 

상대와의 교류가 문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말을 던지곤 한다.

 

한국어의 듣고 있어요? 라는 질문에 가장 매끄럽게 대응하는 영어 번역은 이것이다 - Are you with me?

 

듣고 있는가. 나와 정신적으로 함께하고 있는가. 듣는다는 행위는 곧 함께한다는 뜻이다. 듣는 일은 수동적이되 능동적인 것이다. 들어야 할 것을 듣지 않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으려 할 때 교류의 파동은 다분히 복잡해진다.

 

듣는 행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복잡한 교류의 파동을 정밀히 담아낸 작품이 있으니, 바로 영화 <파리의 사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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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릴리안은 정신과 의사다. 이 말을 달리 풀어 쓰면 릴리안은 듣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릴리안은 자신이 9년 동안 담당했던 환자 폴라의 부고를 접하게 된다. 예측하지 못했던 죽음과 더욱이 예측하지 못했던 주변 인물들의 태도에 휘말리며 릴리안은 의문의 자살 너머에 자신이 ‘듣지 못했던 것’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폴라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추적하는 릴리안의 궤도는 스릴러라는 장르의 이름에 걸맞게 한 방향으로 달려나갔다가 돌연 방향을 전환하기도 하고, 진실의 한 치 앞에 다가선 듯 보였다가 순식간에 배반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복잡한 행로 너머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은 사뭇 직관적이며, 의외로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게끔 단순명료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직관적인 진실이 복잡다단한 스릴러의 옷을 입게 된 연유는 단 하나, ‘듣는다는 행위’를 둘러싼 역동에서 기인한다. 선술했듯, 들어야 할 것을 듣지 않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으려 할 때 소통의 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승하는 탓이다.

 

작품의 초반 릴리안이 내뱉는 '듣고 있어요'라는 말과 작품의 마지막 즈음 릴리안이 내뱉는 '듣고 있어요'라는 말의 울림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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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사생활>은 프랑스 영화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우아한 미장센, 적시에 활용되는 사운드트랙, 고전적인 방식으로 세련된 연출 등을 모두 지니고 있다.

 

Talking Heads의 ‘Psycho Killer’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다홍빛 필기체로 인물을 하나씩 소개하는 오프닝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데 손색이 없다. 의자에 앉아 있던 릴리안 역의 배우 조디 포스터가 벽으로 인해 2분할 처리된 화면을 가로질러 나오는 초반의 짤막한 신(scene)만으로 이미 영화는 자신이 허투루 기워낸 서툰 영화가 아님을 단호히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 <파리의 사생활>의 또 다른 의의라 하면 바로 여성 감독과 여성 원톱 주연 배우의 시너지를 십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적이며 복잡한 여성 캐릭터를 꾸준히 연구하며 연출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 온 감독 레베카 즐로토프스키와 그 이름만으로 이미 장르가 되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이름이 영화의 시작과 끝에 당당히 자리매김하며 무게감을 드러낸다. 이는 관객들에게는 믿음을 주는 이름이요, 업계에 몸담은 이들 - 특히 여성 영화인들 - 에게는 단단한 선례가 되어 주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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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녹음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내가 듣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들을 필요 없었는데도 구태여 들은 것은 무엇인가?

 

릴리안의 시선 끝 의문을 따라가며 복잡한 듯 간단명료한 진실로 다가가는 영화 <파리의 사생활>은 7월 15일 국내에 정식 개봉되어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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