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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서전. 제목: 아들.

그렇게 아버지를 닮아간다.

by 김상준 에디터
2026.07.11 10:05

 

 

자서전. 제목: 아들.

   

아들은 아버지의 지나간 일기가 된다. 아버지를 닮고 싶건 아니건 간에 결국은 어느 정도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의 중력에 이끌려 따라 도는 위성처럼 살아간다. 내 몸에 새겨진 유전자에 어떤 비밀의 주술이라도 걸어 놓은 것인지 정신 차리고 보면 아버지가 했던 일을 나도 하고, 아버지가 느꼈던 감정을 나도 느낀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 티끌 하나조차 닮기 싫었던 나였지만 돌이켜보니 아버지가 내 나이쯤에 했었던 일들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도 닮기 싫어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아빠를 이해하며 그 발자취의 일부를 따라가고 있다는 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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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ron Burden via Unsplash

 

 

중학교 때 친구들과 밴드부를 만들었다. 아버지는 공부에 집중해도 모자란 데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굉장히 화를 냈다. 하고 싶은 건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하고야 마는 내 성미를 어렸을 적부터 익히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는 괜히 막으려다 엇나갈까 싶은 마음에 적당히 타이르고 수용하셨다.

 

그렇게 화를 냈으면서도 내 공연이 있는 날에는 꼭 찾아오던 게 우리 아버지였다.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나 아버지의 옛 시절을 고모에게 들었다. 아빠도 예전에 밴드부를 했었고, 삼촌도 마찬가지였고, 고모는 관악부를 하셨다고 한다. 어쩌면 자기가 겪어 본 일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래저래 휩쓸리기 바쁜 청소년기의 내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턱이 있나. 내 마음에는 불만이라는 나무가 자라났고 그 고목은 20대의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생명력을 다해 바스러져 지금의 나를 위한 거름이 되었다.


20대 후반 무렵에 갑작스럽게 진로를 틀었다. 지금까지 배운 전공은 크게 쓸모가 없어 편입을 준비했고 다행히 합격했다.

 

아버지도 고등학교 시절 이과로 진학하고서는 대학은 불문과로 갔다. 그러고는 다시 이공계로 진로를 틀어 지금은 그쪽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진로 탓에 사진과 영상도 배웠고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이 취미가 되었는데 아버지도 사진을 좋아하셨다. 얼마 전 예전에 쓰시던 필름 카메라를 내가 물려받았고, 다행히 아직 무사히 작동하길래 필름도 주문했다. 곁가지가 뻗어가는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그 몸통은 결국 아버지로부터 뻗어 나와서 그런지 크게 다를 것 없이 비슷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어른들은 대부분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말한다. 처음에는 그 뜻이 뭔지 잘 몰랐다. 사춘기 시절에는 그 표현 자체에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내가 절대 닮기 싫었던 사람의 거울이 나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철없던 시절을 무사히 흘려보낸 지금의 나이에 이르러서는 그 말의 십분의 일 정도는 이해한다. 드문드문 아빠와 나 사이에 겹치는 부분들을 발견하며 어떤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 같은 게 작용하는 거라 받아들였다.


아빠의 삶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아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혹은,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 숨 쉬는 인간의 형태를 빌려 쓰는 일종의 자서전일 수도 있다. 아빠도 내가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당신의 삶을 투영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결말의 마지막 문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나에게 달려있다.

 

이제는 아빠에게서 펜을 넘겨받았다. 어떤 문장으로 끝맺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볼품없는 문장은 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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