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K-POP의 다음 무기는 무엇일까 [음악]

가장 한국적인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순간

by 강효정 에디터
2026.07.10 14:52

 

 

낯선데 왜 자꾸 보게 될까


 

도드리1.jpg

 

 

무심결에 유튜브가 추천해 주는 여자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클릭하여 보았다. 처음에는 멤버가 총 몇 명인지 알지도 못했고 누가 누군지 얼굴 구분도 안 되었다. 그런데 자꾸만 보게 된다.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영상미와 국악을 기반으로 한 노래가 자꾸만 날 사로잡았다. 영 끌려가고 싶지 않은 요즘의 트렌드에 지루해하던 나에게 ‘도드리’가 나타났다. 시시하게 여겨지던 국악이 K-POP과 만났는데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신세계가 펼쳐졌다.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우리 것이 가장 개성적인 이유


 


 

K-POP은 이미 전 세계가 따라 하는 장르가 되었다. 예시로 미국 유튜버 '트리샤 페이타스'(Trisha Paytas)는 구독자 500만 명을 보유할 정도로 대형 크리에이터이다. 먹방과 브이로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2026년 5월 <사랑해>라는 곡을 발표했다. 가사 대부분이 한국어이며 한국 작사가와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발음을 연습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K-POP 스타일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서울 거리와 남산 타워 등 한국적 요소를 활용하여 영상을 만들었다. 반응은 다양했다. ‘2세대 K-POP 감성이 난다, 한국어를 진심으로 배우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었지만 반대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현재 유행 중인 한국 문화를 그냥 소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인인 그녀는 왜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노래를 만들었을지 생각해 보자. 왜 그들에게는 ‘한국적인 것’을 담았을 때 더 개성 있고 색다르게 느껴졌을까?

 

아이돌 도드리는 국악을 K-POP에 녹이면서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트리샤 페이타스는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임에도 100% 한국어 가사를 활용하여 시선을 끌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적인 정체성은 과연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 건지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음악은 세계화되었지만 신선함은 가장 한국적인 요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직 해소되지 않는 갈증은 우리의 것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고 세밀히 보지 않은 무관심에 고여 있었다. 실력이 상향평준화 되어 이제는 누구나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며, 영상까지 잘 찍는 시대가 왔다. 타인의 시선을 1초라도 더 붙잡고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능력은 ‘정체성’의 차이였다. 국악 퓨전 그룹 ‘도드리’는 정형화된 K-POP 시장에서 우리의 문화를 품고 터트린 신호탄이 되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


 

 

 

도드리는 K-POP과 국악을 결합한 K-rossover Pop 신인 걸그룹이다. 멤버는 총 2명이며 둘 다 전통예술을 전공했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이닛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팀명 ‘도드리’는 국악의 도드리장단과 ‘Free’를 결합한 이름이다. 메인보컬 담당 나영주는 어렸을 때부터 국악을 배웠으며 3대째 집안에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메인댄서 담당 이송현은 한국무용 전공이다. KBS2 오디션 프로그램 <더 딴따라>에서 만나게 된 둘은 최종 4, 5위를 거두면서 여성 듀오가 결성되었다. 전통예술 전공자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만나게 하였다. 그들의 공연 영상을 보면 판소리 발성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과 춤 선이 유연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높였다. 도드리가 다른 K-POP 그룹과 다른 점은 전통예술 전문가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봐 왔던 국악 전공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저 한복을 입고 한국 전통 문양을 배경으로 춤을 추지 않는다. 


도드리의 데뷔곡 <꿈만 같았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K-POP 여자 아이돌처럼 아름답고 귀여운 비주얼을 가진 주인공들이 시선을 끈다. 도입부에서 들려오는 판소리 창법과 칼을 들고 꽃밭에서 춤을 추는 모습에서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 버스 중앙 앵글에서 시작하는 하이라이트 음절은 팝송의 리듬과 우리나라 고유의 감정 ‘한’을 품었다. 복잡하지 않고 살랑거리는 춤은 한 마리의 학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상 후반부 기왓장 아래에서 무대를 하는 도드리는 상대에게 이별 소식을 듣고 잊지 못하는 양반댁 아기씨를 상상하게 한다. 청자 색깔의 배경은 고급스럽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절정 부분에서 애드리브를 하며 열창하는 모습은 판소리 전공자들이 한에 받친 마음을 토해내어 감동을 선사한다.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의 뮤직비디오는 대놓고 우리나라 문화를 선보였다. 머리 장식, 거울 디자인, 궁궐, 가마, 한복, 자개, 일월오봉도, 월정교 등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전통미를 엿볼 수 있었다. 한국인들에게도 신선하게 보이는 모습이 외국인들에게는 오죽 신기할까? 제목 ‘하와’는 여름의 소용돌이라는 뜻이다. 중의적으로 성경 속 최초의 여성인 '하와(Eve)'를 연상시킨다. 단순히 시원한 여름 노래가 아닌 욕망과 금기, 선택을 주제로 다루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도입부에서 연한 색깔의 배경으로 시작해 부드러움을 준다. 하이라이트에서는 가마 속 여인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시원한 여름밤을 연상시킨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넘어간 시대극이 떠오른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보름달과 조명 달린 나무는 혹할 정도로 아름답다. 귀족의 침상처럼 생긴 공간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는 인물이 입을 거의 벌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데 고풍스럽다. 도도하고 주체적인 여인의 모습을 국악의 흥과 당참으로 표현했다.

 

 

 

전통은 고지식하고 지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전통문화는 오래되고 보존해야만 하는 박물관 속 전시품들이다. 전통을 어렵고 오래된 것으로 느끼게끔 만들면 안 된다. 전통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문화가 생긴 것이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문화가 계승되고 변화하며 가질 수 있었던 우리의 고유한 가치다. 문화는 살아 숨 쉬며 지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즐겨듣는 노래와 옷, 음식, 공간 등 어느 하나 숨결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흔히 전통문화를 접할 곳은 사극을 보거나 박물관에 찾아가는 것이다. 흥행에 성공한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역사 고증을 잘 다룬 작품으로 칭찬받았다. 우리는 전통을 보존하려고만 하지 말고 끄집어내야 한다. 아이돌 도드리는 전통을 계승만 하지 않고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전통과 현대가 융화되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순간이다. 익숙해서 알 만큼 다 안다고 자부했던 판소리와 한국 무용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앞으로 K-POP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무궁한 가능성을 품었다. 반복되는 챌린지와 밈 유행, 금방 소비하고 사라지는 문화들은 금방 풀이 죽는다. 다른 사람들은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기존의 거대 자본 시장과 기술력이 각기 다른 개성과 고유한 정체성을 살리는 데 힘을 쓴다면 색다른 장르가 열릴 것이다. 문화의 힘을 키우려면 우리가 가진 것을 갈고 닦아야 살아남는다.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칼을 갈아야 한다면 그건 공장에서 찍어내듯 남들과 같은 모습이 아닌 우리만의 정체성과 개성을 살리는데 향해야 하지 않을까?

 

 

 

강효정 에디터 태그 명함.jpg

 

 

강효정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일상을 담습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