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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사색을 위한 서랍 속에서 [공간]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는 공간 속 나만의 시간에 몰두하기

by 방지수 에디터
2026.07.10 14:14

 

 

가족과 함께 사는 나에겐 집에서 조용히 무언가에 집중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거실에서 TV를 보시는 아빠, 오늘 친구와 있었던 일을 들어달라며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동생, 세탁기에 넣을 빨랫감이 있는지 집안 곳곳을 탐색하시는 엄마. 가족들이 모두 외출하여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겨우 집중을 시도해 본다. 그러다가 밥도 먹고 침대에 잠깐 누워본다. 흠, 다시 책상에 앉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짐을 챙겨 카페를 향한다. 음료와 케이크까지 시켰지만 노트북을 펼치기엔 눈치가 보인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여기도 안 되겠다. 독서실을 가자! 아, 여긴 또 너무 적막하고 답답하다…. 이쯤 되면 그냥 내가 작업을 하기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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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중할 공간을 찾고 찾다가 발견한 곳이 있다. 바로 송파구에 있는 카페, [사색서랍]이다. 백전백승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다. 집중을 다 해서 끝내야 할 노트북 작업이 있는데, 도무지 더 진행되지 않는다면 곧바로 가방을 챙겨 매고 이 공간으로 온다.

 

 

 

서울에 있는 동네는 각각의 특징이 연결되어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진다.



먼저 서촌은 한옥과 현대식의 낮은 건물들이 섞인 풍경 속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주민들이 종종 보이는 평화로운 동네이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재밌는 놀거리 볼거리에 시선을 여기저기 빼앗기는 동네, 홍대가 있다. 밑으로 내려가면 큰 건물들 가운데로 알록달록 버스들이 바쁘게 지나다니는 강남이 있고, 강남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오늘 내가 소개하려는 카페가 위치한 잠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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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같이 잠실에 가면 송리단길의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소화할 겸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돈다. 그리고나서 체력이 남아 있다면 마지막으로 롯데월드몰 아이쇼핑까지 하고 헤어진다. 잠실은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는 재밌는 동네이다. 그래서 나에겐 잠실은 발랄한 이미지의 동네였다. 텐션이 높은 친구와 만나는 느낌이랄까. 그런 신나는 동네에서 아늑하고 조용한 카페 [사색서랍]을 발견하게 된 건 의외의 일이었다.


어느 날, 친구와 송리단길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를 가려던 참이었다. 지도 앱에서 가까운 카페를 검색해 보았고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카페 이름이 '사색서랍' 이라니, 왠지 내 취향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카페 안을 구경해보려고 했지만 막상 가보니 도어락으로 문이 잠겨있었다. 예약제 카페였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두고 발걸음을 돌려 그날은 다른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유리문 너머로 언뜻 보였던 내부가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였기에, 다음에 꼭 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카공족이 찾던 꿈의 공간, [사색서랍]



모처럼 아무런 일정도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없는 것이었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은 아주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도무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전에 그냥 지나쳐 왔던 카페 [사색서랍]이 떠올랐다. 이번엔 예약을 꼼꼼히 마친 뒤 노트북과 책을 챙겨 카페로 향했다. 밀린 할 일을 하러 가는 것이었지만, 그날따라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소풍을 가는 것처럼 설레는 기분이었다. 우리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석촌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 [사색서랍]에 도착했다.  

 

카페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붙여져 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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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삿말 >

 

10년 넘게 카공족으로 살아오면서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갖고 싶어, 라는 욕구가 오랫동안 있었어요.

그러다 2023년 초부터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초록뷰, 따뜻하고 조용한 골목, 너무 크지 않은 평수, 누구나 접근 용이한 위치, 라는 조건을 따지면서 꼼꼼히 찾아다녔어요. 

그리고 마침내, 2024년 4월 27일! 꿈이 현실화된 '사색서랍'이 탄생했습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작업을 하는 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운 일이라 생각해요.

여러가지 색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꿈을 꾸고, 원하는 걸 얻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사색서랍 잘 부탁드립니다. ♡

 

- 사색서랍 드림. thinking cabinet

 

 

카페 [사색서랍]을 만들게 된 계기가 적혀있는 주인의 따스한 인사말을 읽을 수 있다. 구체적인 조건을 만족할 입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의 꿈을 현실화한 공간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설렜다. 사실은 내 머릿속에도, 그동안 핀터레스트에서 내 취향의 인테리어 사진을 모으며 막연히 상상하던 꿈의 공간이 있었다. 언젠간 그 공간을 현실에서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괜히 마음이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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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우드톤의 가구와 빈티지한 소품들로 공간이 채워져 있다. 중간중간 식물들도 배치가 되어 있어서 편안함을 더해준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담요나 독서대, 책갈피처럼 카페에 머무르면서 필요할 법한 물건들도 대여할 수 있다. 카페 주인분의 세심한 손길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사진에서 카페 주인분께서 직접 찍은 사진들로 만든 엽서와 느린 우체통을 볼 수 있다. 그동안 가서 바쁘게 작업만 하느라 편지를 부쳐보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방문했을 때는 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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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분야별로 나누어서 꽤 많이 갖춰져 있다. 굳이 집에서 책을 가져오지 않아도 이곳에서 하나 골라 읽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늘 반려책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아직 카페에 있는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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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플레이어에 원하는 cd를 넣고 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진열된 cd 중에 몇 장은 나도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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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직접 커피나 차를 타서 마실 수 있다. 냉장고 안에는 맥주나 와인도 있어서 가볍게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음료 및 주류는 유료) 다회용 컵도 있지만 일회용 컵도 사용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뜨거운 물을 마시고 싶다면 커피포트를 사용하면 되고, 달콤한 미니 쿠키는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마음을 정돈하자



친구들은 왜 굳이 거기까지 가서 작업을 하냐고 묻는데, 대답하자면.... '공간이 주는 힘'에 이끌려서 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선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작업의 효율도 쑥쑥 올라간다. 며칠 전 읽었던 책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매주 쓰는 메일 매거진 원고에도 사실은 약간의 어려움이라고 할까, 비결이 있다. 쓰기 전에 마음이 평온해지도록 노력한다는 점이다. 마음이나 기분이 어수선하면 애초에 원고를 쓸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리고 써야겠다 싶어도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글자나 문장을 나열하는 꼴이 되고 만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맙습니다."와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고맙습니다."가 다르듯이.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처음부터 일상생활의 '질 만들기'에 달려 있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사랑이 넘치는 감동적인 영화를 본 뒤에는 평온하고 드라마틱한 기분과 마음 상태가 찾아온다. 그럴 때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이렇게 감동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사실은 이 오피니언도 [사색서랍]을 세 번째로 방문하는 중에 쓴 글이다. 원래는 오늘 쓰려고 생각해놨던 다른 주제가 있었다. 하지만 [사색서랍]에 대한 사색을 해보다가, 여기에 오면 나가오카 겐메이처럼 글을 쓰기 전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의 내 깨달음과 온전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싶어서 [사색서랍]이라는 공간 대한 나의 오피니언을 남긴다.

 

아쉽지만 이 공간을 매일 방문할 수는 없기에, 평상시에도 나의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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