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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훔친 것은, 함께한 시간이었다." 

 

이 한 문장이 나를 영화 『어느 가족』으로 이끌었다.

 

줄거리만 읽으면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런데 포스터 속 한 문장은 그 줄거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도둑질을 하는 가족이 훔친 것이 왜 '시간'일까. 그 문장이 품고 있는 의미가 궁금해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를 모두 본 뒤에는 그 문장이 영화의 결말까지 이어지는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 그들이 훔친 것은, 함께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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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가족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사무와 쇼타는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고, 할머니의 연금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 유리를 데려와 ‘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살아간다. 법적으로도, 혈연으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서로를 걱정하며, 울고 웃고, 평범한 일상을 공유한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그들이 만들어 가는 순간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가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2. 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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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이 특별한 이유는 범죄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단순한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도둑질을 하고, 아이를 데려와 함께 살아간다. 분명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이지만, 영화는 그 사실만으로 이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그들이 그런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시선을 돌린다.


빈곤과 아동 방치, 가정폭력, 그리고 사회적 소외는 영화 속 인물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된다. 영화는 그들의 행동을 단순히 범죄로 규정하기보다, 사회가 만든 현실 속에서 왜 그런 선택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관객은 "잘못된 행동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렇다면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특히 린의 존재는 이 질문을 더욱 깊게 만든다. 친부모에게서는 사랑보다 상처를 받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 준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비로소 웃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왜 이들이 서로에게 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3.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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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오래 머물렀던 질문은 단 하나였다.


"가족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우리는 가족을 혈연과 법적인 관계 안에서 정의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어느 가족』은 그 익숙한 기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의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누군가의 하루를 걱정하는 사람들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름은 혈연보다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는 그 관계를 이상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아무리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더라도 사회는 끝내 그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모두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사랑은 분명 존재했지만, 사랑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는 현실이 있었다.

 

 


4. 우리가 훔칠 수 있는 것은 시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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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시 포스터 속 문장이었다.


"그들이 훔친 것은, 함께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돈도, 미래도, 안정된 삶도 훔칠 수 없었다. 오직 서로와 함께했던 시간만을 세상으로부터 잠시 빌려왔을 뿐이었다.


어쩌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같은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함께 웃고,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하루를 걱정했던 시간. 가족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그런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훔친 것은 함께한 시간이었고,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가족이라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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