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여전히 자주 만나는 이 친구는 오래전부터 글을 써왔다. 어릴 때부터 창작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런 친구가 자주 부러웠다. 친구의 창작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되었고, 만나서 작품 이야기를 나눌 때가 유독 즐거웠다.
14살 때부터 쌓아온 기억을 바탕으로, 우리 둘의 추억을 이어주는 ‘글’을 중심에 두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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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웹소설을 즐겨 읽고 현재 웹소설을 연재 중이기도 한 겨울이라고 합니다.
2. 현재의 생활 루틴을 소개해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폼롤러, 아침 일기, 필사를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합니다. 세계문학전집을 100쪽가량 읽고요. 오후에는 강의를 듣거나 알바를 하러 갑니다.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은 만 보 걷기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밤에 글을 조금이라도 씁니다. 하루에 30분 이상은 쓰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3. 평소 문화예술을 즐겨 찾으시는 편인데, 유독 어떤 장르나 분위기에 마음이 먼저 이끌리시나요? 그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장르나 분위기로 특징지을 수 없겠지만, 유독 캐릭터성에 마음이 끌립니다. 서사도 물론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 서사가 하나의 캐릭터를 쌓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 흥미를 느낍니다. 어떤 실험 결과를 주워들었는데, 뇌에서는 캐릭터와 사람을 마주할 때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캐릭터가 하나의 인간으로서 다수의 사람에게 닿아서, 누군가는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겁니다. 그게 캐릭터를 설득력 있고 흥미롭게 구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요.
4. 지금까지 만난 작품 중에서, 감상을 마치고 여운이 오래 갔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품을 한 번 감상하고 감상평을 마치면 다시 한번 더 보는 편이 아니라서, 여운이 길게 남았던 작품은 딱히 없습니다. 다만, 영화 마블 시리즈의 '토르: 라그나로크'를 보고 그 재미와 캐릭터성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나머지, 마블 작품은 '노웨이홈'까지 전부 감상했습니다. '엔드게임'은 마블 시리즈를 사랑한다면 감동할 수밖에 없는 패러디와 팬서비스가 난무했지만, 그를 포함해도 서사적으로 완성도가 탄탄했기에 더욱 즐겁게 봤습니다. 마블 시리즈를 꼭 보라고 권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엔드게임까지 보게 된다면 지루함을 뛰어넘는 재미를 느끼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5. 작품을 고르거나 감상할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예를 들면,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는 것과 같이요.
웹소설을 기준으로 잡고 보자면, 주인공의 목적이 뚜렷한가를 먼저 봅니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뚜렷한 목적을 갖고 이야기가 시작된다면, 수많은 에피소드가 거의 목적 안에 속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작품을 읽는 데 걸림돌이 훨씬 줄어들어요. 웹소설은 일을 떠나서 제가 즐겁기 때문에 보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갈팡질팡하거나 심리 묘사가 길어서 혼란스러움을 더하는 글은 보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목적은 주인공의 생각을, 더 나아가서 주인공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목적에 주인공이 드러나는 요소가 없다면 잘 보지 않게 됩니다.
6.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것으로 압니다. 수많은 글의 형태 중 지금의 장르 혹은 작법에 정착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전 주로 사건을 보여주는 짧은 문장구조를 쓰곤 합니다. 특별하다고는 할 수는 없겠으나, 해리포터 패러디 웹소설을 연재하게 된 것이 계기라면 계기겠습니다. 패러디 소설인 만큼 많은 시도를 해봤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했고, 문체를 길게 바꿔 보기도 했으며, 사건을 보여주기 위해 빌드업을 길게 늘여 보기도 했습니다. 댓글 반응을 보면서, 그리고 재점검하면서 지금의 작법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글을 좀 더 써 봐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7. 글을 쓸 때 문장, 가독성, 메시지, 캐릭터 등 수많은 선택지가 있잖아요. 그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두말할 것도 없이 캐릭터입니다. 웹소설이라는 장르는 메시지나 멋들어진 문장보다 캐릭터나 서사, 가독성에 치중해 있다고 생각해서요. 물론 모든 지점에 공을 들이면 좋겠지만, 그래도 딱 하나만 꼽아 보자면 전 캐릭터를 고르겠습니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냐고요? 서사, 중요합니다. 하지만 서사에 캐릭터가 빠지면 안 됩니다. 서사와 캐릭터는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서사는 캐릭터의 성장이나 퇴보를 돋보이게 해야만 합니다. 가독성,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술술 읽히는 글이라도 그 안의 캐릭터가 밋밋하다면 독자는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캐릭터의 매력이 없다면, 소위 '덕질'할 거리가 없다면, 독자는 언제든지 다른 소설을 볼 수 있습니다.
8.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일 때의 시선과 직접 글을 '창작하는 사람'일 때의 시선은 어떻게 다른가요?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아무래도 감상할 때 조금 더 작품을 깐깐하게 보는 편입니다. (웃음) 물론 열심히 창작하지만, 수정에 수정을 거치다 보면 수정한 게 섞여서 놓치는 부분이 하나쯤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감상할 때는 '어, 여기 이상하네?' 했던 부분도, 창작할 때는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차이인 것 같습니다. 감상은 조각상을 보지만, 창작은 반들반들한 대리석을 깎아내야 하는 시선의 차이.
9. 글이 막히거나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 답답한 순간을 견뎌내거나 환기하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글이 대체로 막히는 날에는, 정기 연재를 하는 분들은 무리겠지만, 저는 글을 12시간 정도는 묵힙니다. 다른 것들을 하고 나서 글을 다시 보게 되면, 생각하지 못한 해결법이 보입니다. 어디서 들은 말인데, 사람의 의식이 특정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 행동을 하고 난 다음에 사람의 무의식은 그걸 연습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제 무의식이 일하게 놔둡니다. 제 의식은 잠시 강의나 책 속에 빠뜨려 놓고요.
10. 앞으로 새로 도전해 보고 싶은 글이나, 창작자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쓰는 글이 워낙 마이너한 장르이기 때문에, 완결이 나면 새로운 글은 대중적인 장르로 써볼까 합니다. 당장의 목표는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하는 것입니다.
11.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재밌는 질문이어서 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답했네요. 뜻깊은 질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친구의 모습은 멋지고 부럽다. 오래 알고 지내며 숱하게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고민의 흔적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늘 보아온 일상 뒤에 숨은 진지한 태도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창작에 언제나 진심인 친구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곁에서 자극받아 내 꿈을 묵묵히 이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