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의외로 유치한 것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액체 괴물'이라 불리던 슬라임과 스퀴시가 유행했다. 주변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문방구에 가서 재료를 사고, 집에서 직접 슬라임을 만들며 놀았다. 빵 모양의 스퀴시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손에 쥐어봤을 법한 장난감들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잊고 있던 문방구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동대문역 근처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는 문구류와 각종 말랑이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그 공간을 찾는 이들이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는 사실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말랑이' 검색)
한때 장난감은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귀여운 것을 소비하는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촉감을 자극하는 장난감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왁뿌볼(왁스 뿌시기 볼), 말랑이, 키캡 등이 대표적이다.
SNS에서는 왁뿌볼을 터뜨리는 ASMR이나 말랑이를 주무르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촉감 장난감은 어찌 보면 유치하고 사소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통해 단순하지만 분명한 즐거움을 느낀다.
넓어진 키덜트 문화
키덜트(Kidult)라는 말이 있다. 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취미를 가진 성인'을 뜻한다. 기존에는 피규어, 프라모델, 레고 등 수집 중심의 취미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다면, 오늘날에는 인형, 다꾸, 슬라임이나 점토 등 보다 폭넓은 의미의 토이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지금도 레고와 장난감, 다양한 토이류를 모은다. 길을 가다가 가챠샵이 보이면 망설임 없이 들어가고, 소품샵에 들러 귀여운 스티커와 키링을 구경한다. 구매하지 않더라도 그저 귀여움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곤 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왜 어른이 되어서도 귀여운 것과 장난감을 찾는 걸까?
촉감이 주는 작은 위안
누군가는 이런 소소한 물건들을 향해 쓸모없는 소비라고 말할지 모른다. 실제로 장난감은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주는 감각과 경험을 소비한다.
많은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을 화면 속에서 보낸다.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대중교통에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잠들기 직전까지도 끊임없이 SNS를 본다. 그런 일상 속에서 말랑이를 주무르거나 왁뿌볼을 터뜨리는 행위는 잠시 현실의 직접적인 감각에 집중하게 만든다.
어쩌면 최근 촉감 장난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확실한 감각에 기대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문방구는 더 이상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이제는 어른들에게도 작은 위안과 즐거움을 건네는 공간이 되고 있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말랑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우리는 치열한 어른의 세계에서 빠져나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재미있게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어린 시절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는 이 작고 사소한 장난감들을 통해, 쉴 틈 없는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나름의 방식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