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산나비'의 공식 키 아트
2019년, 국내 인디 게임 개발사 '원더포션(Wonder Potion)'에서 '산나비'라는 이름의 플랫포머 게임 개발을 알렸다. 그리고 그 후 얼마 뒤, 데모와 여러가지 베타 테스팅, 수정을 거쳐 '네오위즈(Neowiz)'의 유통을 통해 2023년 11월 9일 정식 출시되었고, 현재 스팀 상점 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산나비'가 되기에 이르렀다.
'산나비'는 액션과 퍼즐이 결합된 플랫폼 장르의 게임이며, 주인공이 '사슬팔'이라는 의수를 사용해 지형지물을 넘나드는 역동적이고 시원한 로프 액션이 특징이다. 게임 '산나비'의 배경은 한국풍 사이버펑크인데, 단순히 한국풍이 아니라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선'에서 사용되었을 법한 용어와 직급 등이 특징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선을 배경으로 한 현대 K-사이버펑크가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복장부터 건축물 양식도 '조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유교 국가인 한국의 정서에 맞게 동료애, 가족애, 군신 관계 등 다양한 요소가 잘 녹아 있고, 특히 한국을 배경으로 한 고퀄리티의 픽셀 아트들이 호평을 받았다.
'산나비'의 플롯과 게이머 평가, 그리고 '원더포션'의 모토

주인공 '준장'의 산나비를 찾는 여정의 시작
'산나비'의 전체적인 스토리 플롯은 한 아버지의 복수극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은 딸을 잃은 군인 아버지인 '준장(주인공)'이 딸을 죽인 배후 '산나비'의 흔적을 쫓아 정보원인 '금마리'와 함께 여행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산나비'는 스토리 초반 도입부에 딸과의 행복했던 기억과 딸을 잃는 과정을 회상으로 보여주며, 우리가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에 더욱 이입할 수 있게 한다. 주인공은 함께하는 정보원 '금마리'의 철 없거나 독단적이고 무모한 행동에 질려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리를 보며 죽은 딸이 생각나는지 아주 모질게 대하지는 못한다. 마리 또한, 아버지가 기업 '마고'에 의해 허무한 죽음을 당한 이후 그 기업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행동하던 중이었고, 두 사람은 목표가 일치하여 결국 끝까지 함께 하게 된다.
주인공은 오로지 머릿속에 '산나비'만을 목표로, 산나비를 찾아 딸을 위한 복수를 하는 것이 목표인 캐릭터다. 게임을 하면서 중간중간 강제로 진행되는 회상 장면들에서 딸과 행복했던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주인공을 다루는 플레이어들도 딸의 복수에 저절로 가담하게끔 마음을 움직인다. 주인공인 '준장'은 정신적으로 매우 강인한 사람이나, 딸을 잃고 더욱 목숨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고, 부하들도 이를 말리고자 하지만 주인공은 개의치 않아 한다. 오로지 딸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것이 주인공이 가진 유일한 목적이었다.


게임 '산나비'의 구역 중 '마고 상업지구'의 스크린샷, 한글과 한자가 섞인 화려한 네온사인 건물이 특징이다.
'산나비'는 스토리로 유명한 게임이지만, 많은 게이머들에게 한국 요소로 꽉 채운 픽셀아트와 연출에서도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인이라면 알 수 있을 법한 농담이나 한국어를 알면 더욱 즐겁게 볼 수 있는 간판 등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요소들은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중에서도 나에게 있어 인상깊었던 것은 '대피소'라고 표시된, 지하 주차장에 있을 법한 안내 문구였다. '산나비'는 구역에 따라, 그리고 그 구역의 보스를 마주했는지에 따라 챕터가 나뉘어 총 5챕터까지 존재하는데, 각 챕터가 넘어갈 때 변환 연출에서도 굉장히 아름답고, 멋있다는 탄성이 쏟아졌다.
물론 '산나비'가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게이머들은 액션보다 퍼즐 요소가 강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였고, 스토리로 유명한 게임이지만 생각보다 스토리 진행이 뻔하고 온전히 이입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있었다. 나 또한 플레이하는 내내 특정 부분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라 예상이 들었다. 개발 과정에서 스토리와 흐름이 바뀌어 제목인 '산나비'가 원래의 의도했던 의미를 잃고 후반에 스토리를 위해 끼워맞춰진 느낌도 있었고, 중간중간 "왜 이렇게 진행이 되지?" 하고 의문점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산나비'가 영어 외 다른 언어(일본어, 중국어 등)로 번역될 때 번안이 아쉬웠던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어 버전의 '산나비'는 제목이 주는 의미를 무시하고 '회피 암살자'로 번역되어 많은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산나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산나비'라는 존재 자체가 스토리의 핵심 부분이자 목표이기 때문에, 단순한 플랫포머 게임처럼 보이는 제목이 오히려 스토리를 묻어버리는 역효과가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산나비'는 꾸준한 버그 수정 및 업데이트를 통해 번역을 수정하고, 난이도를 조절하며 게임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노력을 가했다. 현재는 번역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 게임으로서 '산나비'가 한국 감성의 배경, 스토리와 음악, 아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에 대해 많은 게이머들이 환호하고 인정하였다.
사이버펑크 장르에 걸맞게 대기업의 비리와 횡포에 대해 적절히 다루면서 한 가족의 사투를 보여준 스토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깊게 남은 것이다.

2025년 출시된 '산나비'의 무료 프리퀄 DLC, '산나비 : 귀신 씌인 날'
이후 '산나비'의 개발사 '원더포션(Wonder Potion)'은 '산나비' 유저들에 대한 감사를 담아 높은 퀄리티의 프리퀄 DLC인 '산나비 : 귀신 씌인 날'을 2025년 무료배포하였다. 이번 프리퀄은 '산나비'의 주인공인 '준장'의 부하인 '송 소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송 소령과 준장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었고, 외전이 무료로 풀린 것과 더불어 송 소령만의 화끈한 전투 스타일에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호평하였다.
원더포션(Wonder Potion)은 기획자 1명, 아티스트 2명, 프로그래머 2명 - 총 5명으로 구성된 게임사다. 1인 개발의 한계를 느끼고 팀으로 만난 5명은 앞으로 더욱 독특한 감성의 패키지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게임 시장에서 경제적으로 자립 가능한 글로벌 게임 개발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기업 목표에 걸맞게 이후 개발 중인 '산나비2'와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인 '낙원공방'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원더포션이 해당 기업 목표를 향해 '산나비'를 시작으로 거침없이 나아갔으면 하는, 게이머이자 한국인으로서 나 또한 응원하게 되었다.
'산나비'와 'PRAGMATA', 게임사가 집중하는 '가족애'의 방향

2026년 4월 출시한 캡콤(Capcom)의 신규 IP 게임, 'PRAGMATA'
얼마 전, 2026년 4월 17일 캡콤(Capcom)에서 SF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신규 IP 게임인 'PRAGMATA(프래그마타)'를 발표하였다. 게임 '프래그마타'의 주인공인 '휴 윌리엄스'는 루나필라멘트라는 물질로 구성된 안드로이드(프래그마타) '다이애나'와 함께 달 기지를 조사하고 파헤친다. '산나비'처럼 '프래그마타'도 어린 여자아이의 도움을 받아 함께하는 어른 남자 주인공의 조합으로'아버지와 딸' 관계성을 의식하고 제작한 스토리 덕에, 많은 사람들이 '산나비'가 생각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산나비'도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두 게임을 모두 해본 게이머들의 비교와 평가도 있는 한편, 나는 최근 게임 시장이 '가족', 특히 '아버지와 딸'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PRAGMATA' 외에도 많은 게임 내에서 어머니와 아들, 혹은 아버지와 딸과 같은 특정 가족 관계성을 강조한다. (물론 모든 게임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머니에게 있어 아들, 딸이 갖는 의미와 아버지에게 있어 아들, 딸이 갖는 의미는 다르며 또한 자식들의 입장에서도 부모를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다. 그 관계의 간극과 서툰 다정함들이, 게이머들의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로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족 스토리는 예측이 너무나 쉬운 클리셰적 스토리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가장 기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갖는 관계인 '가족'은 그 가족의 형태에 따라 수많은 관계의 모습을 띄고 있다. 나는 이 두 게임을 하며, 서먹해진 아버지가 가장 많이 생각이 났다. 마지막에 어느 한 쪽이 떠나거나 잊혀지는 스토리라인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이미 예상을 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만큼 우리 삶에 있어 '가족애'란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자 감정의 시작점인 것이다. 이러한 가족애의 이야기는 '주인공'으로서 게임에 몰입할 때 더욱 극대화 되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에 나는 이 이야기를 다룰 때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게임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많이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누군가는 신파라 부르고, 누군가는 클리셰라 부르는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가장 내면에 와닿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