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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내가 발견한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비워진 무대를 채우는 몸짓과 색채의 전율

by 이유빈 에디터
2026.04.06 13:46

 

 

뮤지컬 덕후인 나에게 프랑스 뮤지컬은 특유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영미권 뮤지컬과 달리 프랑스 뮤지컬은 시각적 무대 장치를 미니멀하게 절제하는 대신, 그 빈 공간을 무용과 신체의 움직임으로 채우며 극적인 에너지를 극대화시킨다고 평소부터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은 소위 '볼매'다. 처음엔 '왜 이렇게 난해하지?' 싶다가도 그 불친절한 매력에 빠져 프랑스어를 독학하기도 했고, 나는 끝내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이전에 즐겨보았던 [Mozart L’opéra Rock(모차르트 오페라 락)]과 [Notre 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를 거쳐 도달한 [Roméo et Juliette(로미오와 줄리엣)]는, 내 안의 프랑스적 감수성을 다시금 깨우는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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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로서는 세 번째 관람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탈리아의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다. 극의 서막을 여는 ‘Vérone(베로나)’는 도시의 영주가 부르는 곡으로, 관객을 단숨에 장대한 서사시의 입구로 초대하여 베로나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로 다가오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극은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플롯을 충실히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이는 관객이 서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돕는 영리한 가이드라인이다. 이때 [로미오와 줄리엣]은 플롯의 단순한 답습을 넘어서 원작이 미처 다하지 못한 담론을 던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가 기성 권력이 소유하지 못한 가치인 젊음의 찬란함을 노래하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J'ai Peur(두려워)’는 그 화려함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죽음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과 같은 철학적인 메시지를 로미오의 목소리로 대변하기도 한다.


무대의 장치와 관련하여서는, 영미권 뮤지컬이 무대 장치의 물리적 정교함으로 관객을 압도한다면, 프랑스 뮤지컬은 색채라는 가장 근원적인 시각 기호를 통해 서사의 골격을 세운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무대는 극도로 단순화되어 있지만,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가문의 선명한 붉은색과 몬태규 가문의 깊은 푸른색이다. 이 두 색채의 대립은 단순한 가문의 구분을 넘어, 화해 불가능한 그들의 운명적인 평행선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내는 것만 같다.


특히 흥미로운 건, 강렬한 보색 대비가 무대 위 무용수들의 몸짓과 만날 때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다. 거대한 세트 대신 붉은색과 푸른색의 군상들이 무대 위에서 격렬하게 부딪히고 섞이는데, 마치 캔버스 위에 물감이 튀어 오르는 듯한 환각마저 일으킨다.


이때 관객은 복잡한 서사를 이해하기 전에, 눈에 박히는 이 강렬한 색채의 전쟁을 통해 두 가문의 팽팽한 대립을 본능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무거운 장식들을 덜어내고 ‘색’과 ‘움직임’이라는 알맹이만 남기니, 무대는 오히려 더 입체적이고 꽉 찬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공연은 누구나 아는 고전 위에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과 공포를 촘촘하게 새겨 넣은 작품이다. 비어 있는 무대를 꽉 채우는 무용수들의 몸짓과 날카로운 음악의 조화는, 왜 프랑스 뮤지컬이 여전히 나에게 대체 불가능한 전율로 남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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