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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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내게 많은 시작을 안겨주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었고, 다큐 프로그램 취재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으며, 그 덕에 서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졸업과 취업과 이사를 했던 2월은 내 인생 가장 정신없이 지나갔던 날들이다.


약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나는 아직도 완전히 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요즘 내가 마주하는 일상은 이렇다. 글 쓰는 일은 새삼스레 힘이 들고, 화훼농원까지 들러서 애지중지 데려온 식물은 물을 주지 않아 시들어 버렸으며, 주문한 가구들은 아직 조립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힘이 빠지는 일상의 장면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시작 앞에 무력하다는 생각을 한다.

 

쉼 없이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쉼 없이 제자리 걸음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매일 느낀다.

 

 

 

시작을 대하는 자세


 

그럴 때마다 시작이 지나가고 나면 적응과 발전의 단계가 찾아온다는 것을 상기했다. 늘 그랬듯 언젠가 이 생활은 익숙해질 것이며 한 단계 성장을 맛보게 될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피할 수 없는 시작과 반드시 찾아오는 발전 사이, 그 지난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선택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집에 큰 애정을 느끼는 나는 가구 하나를 골라도 끈질기게 고민한다. 우리 집 마룻바닥과 잘 어울리는지, 눈이 피로하진 않은지, 오래도록 쓸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고심한 끝에 결정을 내린다. 그 덕에 집이 채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나를 위한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을 만든다.

 

나의 보폭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과정이 답답할 테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지금 나는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나갈지 고민하고, 하나둘 채워 넣는 과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이 시작을 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과정을 기록하기


 

성장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은 기록이었다.

 

기록의 장점은 스스로에게 나타난 작은 발전과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무엇을 했고, 그 일을 하며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하는 시간은 나의 정신적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일과 같았다. 그래서 만약 기록하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작은 성장들까지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며 나는 매일 부족하다는 사실과 마주해야 했다. 낯선 사람과 한 시간씩 전화하고, 예고를 만들고 보도 자료를 쓰는 일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몇 번을 고민했다. 그럼에도 오늘 감정들을 텍스트로 써 내려가며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을 보냈고, 나름 보람찬 순간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부족한 부분에 자연스레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일에 대한 애정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일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했고 일에 대한 애정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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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쉼의 순간


 

지친 마음을 환기해 줬던 것은 일상 속에서 틈틈이 찾아오는 쉼의 순간이었다.

 

요즘은 9시에 시작해 오후 9시에 문을 닫는, 작업실이자 휴식처가 된 카페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평일에 퇴근하고 업무가 남아 있는 날에는 저녁을 먹고 오후 7시쯤 카페로 향한다. 주말에는 오전 9시, 잠이 필요할 땐 오전 11시쯤 방문해 점심을 먹기 전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곳곳에 배치된 식물들과 우드톤의 분위기, 진열된 책들과 소품들의 감각, 거슬리지 않는 음악 선곡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폭신하고 달콤한 얼그레이 스콘과 파나마 싱글 원두로 내린 따듯한 아메리카노가 주말 아침을 책임지고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내 취향의 카페가 있다는 것이 이토록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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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카페에서 작업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한곳에 정착하고 나면 가장 먼저 주변 카페를 탐방했다. 그러나 매일 출석 체크를 하고 싶어지는 마땅한 카페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공간에 애정을 주는 일은 사람에게 애정을 주는 일처럼 여러 번 두드려보고 하나하나 느껴보며 맞춰보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이 공간의 존재가 반갑다. 하루 중 오롯이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주는, 이 공간이 있어서 구겨졌던 마음도 반듯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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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스트 한소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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