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한 지 어느덧 1000일이다.
사이트에 가입한 시점을 기준으로 더한 시간이라 정식 에디터로 이름을 달고 활동한 기간은 그보다 짧다. 만으로 1년 남짓. 그럼에도 ‘벌써’라는 감상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이제 와 고백하자면 작년에 꽤 우울했다. 모든 계절을 공평하게 타는 사람이라지만, 아무 소속도, 배움도, 마땅한 일도 없이 봄에 내던져진다는 건 그야말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새봄도 의욕을 돋우진 못했다. 한동안 ‘즐거움’이라는 감상과도 멀어졌다.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그간의 기록을 들춰보며 시간여행을 떠났다. 속절없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니, 오래전 미뤄두었던 에디터 지원서에 도착했다. 가입만 해둔 채 600일을 묵혀둔 계정도 그제야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니, 공교롭게도 모집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무료함에 늘어진 찰나, ‘아트인사이트가 묻는 나’는 꽤 흥미로웠다. 벌거벗은 ’그냥 나’를 그대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간만에 유쾌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다시 에디터의 옷을 입고, 소속도, 배움도, 일도 생겼다. 오랜만에 각 잡고 펜(키보드)을 잡았지만, 매주 하나씩 글을 쓰니 차차 관성이 붙었다. 그러다 간간이 마음에 차는 글을 써냈다.
다만 그보다 더 많은 날이 위기였다. 마감 전날까지 글감을 정하지 못한 채 새하얀 워드 화면만 노려보거나, 세상에 내놓기엔 민망한 글을 기고하고는 눈감아버리기도 했다. 그저 진심인 사람들 곁에서 물 흐리지 말자는 양심으로 버텼다. 동시에 선뜻 그만두겠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 1년을 채웠다. 책임감이라기보다는 겁쟁이 기질 덕이 컸다.
요즘 유독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잠을 줄여가며 써도 마감을 늘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설익은 글을 뜸도 들이지 않고 지면에 실을 때면 괜히 잠자리가 사납다. 확실히 아직 탁월함과는 거리가 있다. 익숙함도 이제는 노련함으로 넘어가야 할 시기 같은데, 그 문턱이 어느 산 만큼이나 높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지보다, 어떻게 하면 무너지지 않을지를 더 오래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1000일 혹은 1년이다.
아마 이토록 막연한 글에도 담백하게 ‘잘 읽었다’고 답해주는 ‘산 넘어 산(^^^)’ 동지들이 없었다면, 진짜 인생이 산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뒤늦은 송년회 겸 신년회 자리에서 ‘귀여운 소비 자랑하기’ 대회를 열었다. 우리가 가장 기다리고 기대하는 콘텐츠다. 이런 귀한 자리에 자랑할 거리라고는 유행의 막차라도 타보겠다며 시장에서 사 온 봄동 한 덩이뿐이다.
제철이라 유난히 달고 보드랍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지 않은 초봄에도 봄동은 한 주 내내 밥상에 올라 제 몫을 다했다. 어쩌면 다가오는 봄, 혹은 여름, 그도 아니면 가을·겨울 어딘가의 나의 쓸모가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아트인사이트에 지원할 적에 ‘불안은 동력’이라고 적었다. 요즘 다시 ‘불안이’가 된 걸 보면, 출발할 시점에 다다른 모양이다. 느리게라도 굴러갈 명분이자 한편으로 도망칠 구석이었던 아트인사이트와 이제는 1001일째다. 대칭인 것 말고는 특별한 의미를 덧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눈에 띄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부족함도 여백이라 믿고 1000일을 함께 완주해 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여전히 먹먹하지만, 이렇게 더해질 또 하나의 마침표에 리듬을 타본다. 쓰는 여자는 그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