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부끄를 아시나요? 부끄부끄는 무엇을 하는 단체일까. 이름만 봐서는 도저히 가늠이 가질 않는다. 영문 이름을 보면 bookeubookeu. "Book? 아 책과 관련되어 있나?"라고 연상해 볼 수 있었다. 부끄부끄는 책 교환회를 시작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책과 관련된 단체이다. 커뮤니티, 네트워크, 단체, 콜렉티브, 서점, 출판사… 그들도 그들을 정의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내가 그들을 감히 정의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

출처: 부끄부끄 인스타그램 (@bookeubookeu)
부끄부끄의 시작
2024년 부끄부끄는 스페이스앤트에서 첫 번째 책 교환회를 개최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조용히 영감을 수집해 온 16명의 애서가들이 참여한 수줍은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각자의 책을 수줍게 공유하는 단체라니. 듣기만 해도 귀엽고 흥미롭다. 이들은 부끄러운 감정을 태도로 삼아 운영 방식으로 만들었다. 서로의 취향을 조심스럽게 건네며 말한다. “부끄부끄의 영감 교환에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이 말은 ‘무료’의 선언이라기 보다 영감에 가격표를 붙이지 않는 그들의 철학 같다. 책을 소유하고 판매하기 보다 나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체다. 첫 번째 교환회에서는 영상 상영과 함께 관련 사진집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이걸 보고 진짜 도무지 어떤 것을 하는 단체인지 모르겠다고 더더욱 생각했다. ‘책을 교환하는 것을 전시한다’라. 전시의 틀을 완전히 깨버리며 이것이 진정한 행위 예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부끄부끄 인스타그램 (@bookeubookeu)
이동식 도서관 부끄부끄
부끄부끄 책 교환회는 비영리 행사로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도서 기증을 받기도 한다. 이로써 그들은 스스로를 ‘이동식 도서관’이라고 칭했다. 커뮤니티가 도서관이 되다니. 부끄부끄라는 이동식 도서관은 사람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다. 책이 움직이고,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다음 장소에서 이어진다. 대출과 반납이 아니라 교환과 기증이 중심이 되면, 도서관은 자연스럽게 관계의 장치가 된다. 기관으로서의 권위보다 작게 연결되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커진다. 누군가가 가져온 책을 다른 누군가가 집어 드는 이 과정 자체를 형식으로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만들어내는 네트워크다.
그렇게 2회차를 거듭하며 커뮤니티 리포트를 엽서 크기로 제작해 언리미티드 에디션 16에서 판매까지 했었다. 상영회도 꾸준히 하고. 이후에도 일본에서 진행하는 후쿠오카 페이지스 아트북 페어 등에 참여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그들은 책 단체라는 단순한 이해를 은근히 어긋나게 한다. 하지만 어쩌면 책은 애초에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부끄부끄는 책을 중심으로 하지만 책만을 다루지 않으며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어떤 영감의 지도 위에서 만나는지를 보여준다.

출처: 부끄부끄 인스타그램(@bookeubookeu)
부끄부끄가 뭐나면요..
부끄부끄는 지난 2월 수건과화환의 <헤버싯 텍스트 페어>에서 참여 주체로서 «부/끄/부/끄 사업설명회» 라는 워크샵을 진행했다.
부/끄/부/끄는 사업이 아닙니다. 부/끄/부/끄는 예술집단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부/끄/부/끄는 무엇일까요? 뚜렷한 목적 없이 일을 벌리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부/끄/부/끄의 지 난시간들과 차마 꺼내놓지 못한 부끄러운 아이디어들까지. 일단, 저희가 아는 것들은 모두 설명 드리겠습니다.
무척이나 그들다운 설명문이다. 이러니 궁금증이 더 커질 수밖에. 이 워크샵을 통해 한 번 더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음이 재밌고 멋있다. 책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 단체가 되고 단체가 서점이 되고 전시가 된다. 그것이 출판사가 되고 브랜드화된다. 이상하면서도 신기하고 멋있는 예술 단체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재밌는 프로젝트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부끄러워서 참여하기 싫은 적은 많아도 부끄럽기에 참여하고 싶은 적은 처음인 거 같다. 부끄러움을 무기로 나도 다음 교환회엔 꼭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