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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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 다니카와 슌타로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너와 손을 잡는 것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게 때로는 벅찰 때가 있다. 잠에서 깨어나고, 씻고, 밥을 챙겨먹는 기본적인 일에도 손을 못 대는 날이 있다. 차라리 인간적인 욕구를 없애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고, 잠이 오는, 그런 것들이. 그런 당연한 신호들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지쳐 있더라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계기는 대개 사소한 것이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누군가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너와 손을 잡는 것이 내가 살아 있는 이유라는 걸. 이걸 위해 살아 있다는 걸 강하게 깨달는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것
 
 
아름다움은 대단한 게 아니다. 내가 느낀다면 그게 아름다움이고 행복인 거다. 작은 기쁨을 찾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갔더니 걸음이 딱 맞아 떨어질 때. 내가 탄 버스의 기사님이 반대편 차선의 버스 기사님과 서로 마주 보면서 반갑게 인사하는 걸 볼 때. 공원에서 노릇노릇하게 햇빛에 데워지는 벤치를 볼 때. 살찐 고양이를 볼 때.
 
세상에 어떤 악함 존재한다는 사실만으 마음이 다칠 때가 있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나쁜 사건들이, 혹은 당장 나에게서 벌어지는 슬픈 일들이 나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더라도, 반드시 내 안에 존재하는 기쁨을 찾아서 나아가야 한다. 그게 살아간다는 거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감정을 느끼는 건 귀찮은 일이다.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않고 동요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일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자유라는 건 책임이 돌아온다는 점에서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척도이다.
 
울 수 있다는 건 아직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뜻이다. 웃을 수 있다는 건 내가 세상과 통한다는 뜻이다. 화낼 수 있다는 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순간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가끔은 내가 아닌 타인도 저만의 삶과 서사를 가진 하나의 이야기라는 게 문득 실감이 안 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삶을 시작하기도, 마무리 짓기도 한다. 그래도 지구는 돌고. 나의 삶은 계속 된다.
 
한 번뿐인 이 삶의 한 순간을 너무나 쉽게 절망하며 보낼 수는 없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넘실댄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네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새는 날개짓을 하고, 바다는 넘실대고, 달팽이는 기어간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사랑한다.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역사가 바뀌었나.
 
한 글자를 쓰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장 절망하던 시기에 가장 힘이 되었던 이 시가,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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