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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순간의 교차 속에서 - 터미널

머무름의 순간, 이별의 순간

by 조현정 에디터
2025.12.2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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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터미널>은 과거 같은 연극 동아리에 속해있던 석기와 미래가 남극에서 우연히 재회한 후의 이야기를 그린 [펭귄], 아버지의 장례식 날 남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 [Love so sweet], 불륜 관계에 있던 두 남녀가 서로의 거짓말과 진실에 대해 묻기 시작하면서 전개되는 [거짓말]까지 총 3개의 단막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연극이다.

 

이 세 가지 에피소드는 머무름과 떠남이 공존하는 공간 속에서 교차되는 서로의 이야기를 비추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과 상처, 화해와 이별의 순간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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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 번째 에피소드였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누나인 귀진은 동생 지훈에게 집도 팔았고 아버지 짐도 정리했다며 떠날 거라고 통보한다. 지훈은 애원도 해보고 화도 내며 누나를 말리려 하지만, 아빠의 학대를 모른척하지 않았냐는 귀진에 말에는 자신도 어렸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군인 신분인 지훈은 결국 돌아가는 버스에 타야만 하고, 귀진은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떠나게 된다.


겉보기에 귀진은 어딘가 이상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생이 자신에게 욕을 하고 괄시함에도 제대로 된 화 한번 내지 않는가 하면, 누군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할 때마다 상대방에게 다정하다고, 친절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보답으로 주려 한다. 어쩐지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기도, 대가 없는 친절은 없다는 식의 반응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귀진의 모습을 보다 보면 그에게 세상이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게 된다. 특히나 오랫동안 좋아하던 가수를 보러 가기 위해 돈을 보냈던 일이 사기극이었고, 떠나지 못한 채 공항에서 스스로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될 때는 암울하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귀진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한 일,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발걸음이 무참히 실패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집을 벗어날 기회가 찾아오자마자 잡은 사람, 사기에 좌절할 수 있음에도 꿋꿋하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걸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언제나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발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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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름과 떠남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소개처럼, <터미널>은 이별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남극에 남는 사람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람, 가족을 유지하려는 사람과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려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플랫폼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연인까지.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도 순간의 교차 속에 세워지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인생의 어느 순간 만나게 되는 인연도 누군가는 머무르고 누군가는 떠나면서 서로의 종착지가 자연스레 달라지듯이.

 

그래서인지 연극을 보다 보면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가도 들여다보면 나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우리의 삶도 이별의 조각조각을 담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터미널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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