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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초등학교 도서관에 가는 걸 그렇게 좋아했다. 기억 속의 그곳은 늘 사람이 많지 않았고, 좋아하는 책들이 모여있는 서가 근처를 빙글빙글 맴돌며 몇 권을 들었다가 놓으며 책을 읽었다. 지금은 지자체, 그리고 구나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에 가는 게 좋아졌다. 다니고 있는 대학의 도서관도 편한 접근성 때문에 들리기 좋지만, 공공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특정한 나이대나 집단을 가늠할 수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섞인 모습은 공공 도서관에서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니까. 누구든 책을 읽고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즐거운 경험이지만, 이 도시의 수많은 공공도서관이 모든 사람에게 돈이나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무엇이든 할 자리를 내어준다는 점도 좋다.


본가인 부산과, 지금 지내고 있는 서울을 오가며 나름 도서관을 ‘좀 다녔다’고 할 수 있는 에디터기에,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되는 신축 공공도서관의 모습에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초록이 부족한 서울에서 오로지 도서관만을 위한 하루를 계획했으니, ‘숲속’ 도서관을 찾아 나서 본다. 서울시에 있는 212개*의 공공도서관 중에서도 ‘숲속’이라는 이름이 붙은 도서관은 매년 3~4개씩 새로 준공되는 등 높은 수요를 보인다. 아무래도 다들 오늘의 에디터와 같은 마음으로 숲속도서관을 찾아 헤매는 것일 테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자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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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숲속도서관은 지난 5월 개관한 따끈따끈한 신축 도서관이다. 우리나라의 지형과 서울이라는 도시 특성상, 초록을 보려면 ‘숲’보다는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 다른 숲속도서관과는 달리 평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강동숲속도서관은 과학을 특화로 한 도서관으로, 다양한 시설과 높은 층고와 통창을 설계해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편의성과 즐거움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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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 성격과 성향에 따라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큐레이션을 살펴보면 좋다. 강동숲속도서관은 ‘책으로 만나는 우연한 세계’라는 제목으로 세 가지의 북큐레이션을 제공한다. 또한 과학 특화 도서관임을 입증하듯, 과학자 최재천의 서재가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연출을 통해 조성되어 있다. 기획 전시로는 11월과 12월에 걸쳐 제공되는 국립생태원 특별 전시가 마련되어있는데, 국립생태원 강연자가 쓰거나 추천한 책을 읽을 수 있는 큐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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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그런지 창밖은 앙상한 나뭇가지로 가득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도서관 내부에 설치된 트리가 조화를 이루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태블릿과 노트북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여 자료실 곳곳에서 이를 사용하는 이도 여럿 볼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성동숲속도서관의 청소년자료실이다. 성동숲속도서관은 “청소년이 마음 편히 자료실에 머물 수 있도록” 비청소년의 청소년자료실 공간 이용을 지양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큐레이션도 눈에 띈다. 어린 시절 친족 성폭력 피해자이자 십대 청소년인 ‘주인’의 일상을 담은 영화 <세계의 주인>과 연계한 큐레이션 <청소년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의 주인>이 올해 12월 31일까지 운영된다. 또한 청소년을 위한 큐레이션으로 입시 제도 밖의 다른 삶을 상상할 힘을 기르기 위한 <대학 밖의 다른 삶을 상상하기>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사용자층을 고려해 기획된 프로그램은 청소년이 처한 현재와 시류를 반영해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한 발짝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LP 청음이 가능한 LP 청음좌석과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창작 공간, 복합문화공간인 스페이스 담담 등이 존재한다. 자연을 내다볼 수 있는 멋진 통창의 모습에 마음이 끌려 도착하게 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강동숲속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제공하는 쾌적함과 마음의 편안함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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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공공 도서관은 곳곳에서 지어지고 또 지어지며 그 수요를 증명한다. 이전부터 있었던 도서관도, 새롭게 생겨나는 도서관도 똑같이 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냥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준다. 학교 도서관을 맴돌던 어린 초등학생이 자라고 자라 숲속도서관을 찾고 집 앞 공공도서관을 찾는 것처럼, 또 어떤 사람이 찾아오고 어떤 삶을 키워갈지 모를 일이다. 그 곁을 묵묵히 지켜내는 모든 공공도서관이 그 중요성을 입증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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