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나를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조금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하고요. 솔직히 어디까지를 보여줘야 하는지 난감하기도 합니다. 당신 앞에 있는 것이 바로 나인데, 오히려 설명할수록 붙잡히는 게 없어지는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오늘처럼 용기를 내서 한번 시도하려 할 때에는 차라리 힘을 빼려고 합니다. 이건 지겨울 정도로 고쳐야 하는 이력서의 자기소개서가 아니니까요. 당장 얼굴을 트고 앞으로 알아가야 할 자리의 자기소개도 아니고요.


익명의 힘에 기대어 나열부터 해보겠습니다. 언젠가 이 소개를 읽었을 때, 곁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재미 삼아 저를 그려보실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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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저에게 하나의 창구와 같습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탐구하고 쏟아내는 장이라고 할까요. 그동안 소설, 시나리오, 시, 비평, 에세이, 논문 등 수많은 양식을 거쳐오면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고민한 끝에, 현재는 분석과 사색 사이의 글쓰기에 정착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장면을 포착하며 새로운 인상을 받고 나서 공을 들여 그 흔적을 남기는 일을 사뭇 좋아합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임하는 괴로움과 자괴감도 종종 있지만요.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또다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 처음 맞이하는 생일에서 무심코 연필을 잡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일까요.


또는 말

사실 한동안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청산유수로 문장을 뱉어내며 누군가를 설득하고 고무시키는 순간을 (이를 통해 만끽하는 무언의 승리의 순간을) 좋아했기 때문이죠.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욕망은 아닙니다만, 사회생활에서 주로 듣는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전보다 많이 사그라들긴 했습니다. 자의와 타의에 의해 쌓게 된 경험들로 빛 좋은 개살구는 되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시의적절할 때 알맞은 단어와 표현으로 한 마디씩 내뱉는 것을 지금은 더 선호합니다. 이 또한 글을 쓰는 동안에도 자주 나타나는 저의 고질적인 성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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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혹은 자세

완벽히 이루어진 어떤 것을 탐내기. 무해함을 지향하기. 이상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기. 공식에서 살짝 벗어나 쉽게 형언할 수 없는 경계 위의 것들을 추구하기. 모호함 속에 붙잡히는 분명한 순간들을 기억하기. 그것들을 마음에 품고 여유를 되찾으며 또렷하게 살아가기. 후회하지 않기. 최선을 다하기.


공상과 유랑

예나 지금이나 깨어서도 자면서도 자주 상상에 빠져듭니다. 아무래도 현실과 가상 사이의 자유로운 전환을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혼자 있더라도 혼자가 아닐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상황과 하나의 대상에 깊게 몰입하며 타자가 되어보는 경험을 귀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벽 하나를 보고도 그 너머를 충분히 그려내며, 꾸준히 시도하고 머물던 n차 세계가 있었습니다. 조금씩 뇌가 굳어지는 요즘에는 이러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남의 세계를 탐하곤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 해석, 관점,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각종 이야깃거리와 작품들을 통해서 말이죠. 또 당장 발붙인 이곳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로든 훌쩍 떠나곤 합니다. 제게는 주기적으로 꼭 필요한 이탈이자 환기인 셈인데요. 매번 색다른 자극으로 끊임없이 충만해지는 삶, 불현듯 몰려오는 지루함과 무기력함을 타파하기 위해 만남을 가지고 견해를 넓히는 삶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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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과 소유

대부분은 사진. 수평과 수직이 맞춰진 사람보다는 풍경의 조화로운 모습. 아니면 엽서들. 이곳저곳에서 모은 책갈피, 향이 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이 준 편지. 차마 쓰지 못한 채 전시 중인 선물들.

 

그리고 춤

이 모든 점이 느슨하게 연결되며 저라는 개체를 이룹니다. 실제로도 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고 음악을 흥얼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를 즐겨 하는데요. 그렇게 유연하고 유려하게 선을 이뤄 앞으로도 고유한 면들을 많이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때로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고, 때로는 쉬는 시간도 가지면서요.


끝으로 제가 요즘 힘을 많이 얻고 있는 노래를 하나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JTBC의 싱어게인 4에서 처음 듣고 알게 된 곡인데요. 우리를 둘러싼 지구적인 관계에 대해서, 그것이 가져다주는 소속감과 북돋움에 대해서 곱씹어 보며, 때때로 닥쳐오는 불안함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느슨한 연대감이 주는 안정감은 그만큼 놀라운 것이죠. 오늘, 이 글을 기회로 스쳐 지나간 모든 분도 그러한 울림 속에 평안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다음에 이어질 당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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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다면

만물의 생은 정해져 있을까

당연한 질문이야

묻지 않는다면 영영 알 수 없을테니


탄식이 자라 허무함이 되면

살만한 이유 한 가지쯤에

붙잡혀 알게 되지

착각을 거듭해 이루어져온 세계

 

하늘과 땅이 된

거창한 이유는 없을테니

바다의 나무 된

터전 그 안에 삶이 있어

 

더듬거리며 발견한 무엇이

수면 아래 잠겨있고

머뭇거리다 갈급한 마음에

숨이 차오를 때엔

 

너와 내가 연결돼 있잖아

조금도 두려울 것 없다

모든 길이 이어져 왔잖아

한치도 망설일 것 없다


파도쳐도 부서질 것 하나

남지 않았잖아 잘 됐어

여기부터 진짜 시작이 될 거야

절대로 멈추지 마


하늘과 땅이 된

거창한 이유는 없을테니

바다의 나무 된

터전 그 안에 삶이 있어


- 맹그로브,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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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을 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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