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올해 목표가 ‘에디터 활동하기’와 ‘새로운 사람 만나기’였다. 혼자서 쓰는 일에 조금 지쳐있던 나는 아주 약간의 연결감이 고팠다. 스스로 너무 고여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알게 된 이곳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지원에 합격한 후 처음 4개월은 내가 재밌게 본 영화·드라마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심정으로 오피니언 글을 썼었다. 그다음 스텝이 글 기고와 아트인사이트 모임이 병행된 컬쳐리스트 활동이었다.
에디터 때보다 기고의 빈도 수는 줄었지만 무얼 써야 하는지에 대한 막막한 고민은 여전했던 것 같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더 모르겠는 아리송한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온라인으로 진행된 글쓰기 모임은 그러한 고민을 포함하여 글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다른 이들과 나누며 환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간헐적인 만남이었지만 나의 잔잔한 쓰기 일상에 훅 들어온 새로운 변주이기도 했다.
만남의 시간이었던 월요일 저녁 8시 반. 첫 대면에서 오는 어색한 기운도 잠시, 최근 한 주 동안 얻게 된 영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말랑해졌던 기억이 난다. 각자의 영감 수집법을 공유하는 것이 또 하나의 영감으로 연결이 되는 귀한 경험을 했다. 내겐 이미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흥미롭게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침에 일어나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것을 적는 모닝페이지로 하루를 열기도 하고, 글을 들고 열렬히 응원해 줄 사람에게 찾아가 따뜻한 위로를 받고 오기도 하고, 쓰다가 방향을 잃었을 때 큰 틀을 제시하는 드라마 기획의도 같은 글을 필사하기도 하면서 쓰는 일에서 오는 지난함을 이겨내기 위해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애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몰랐던 내 글의 강점이나 매력에 대해 인지하게 된 것도 팀원들의 피드백 덕분이었다. 각자가 자유롭게 쓴 글을 읽고 나서 그 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지와 응원의 시간이 종종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단문을 잘 쓰고 그래서 잘 읽히고, 짧은 호흡으로 쓰는 데에는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하다는 팀원의 피드백에 다시 쓰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서로의 글 속에 있는 강점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일이 마치 응원을 건네는 일 같았다. 칭찬과 쑥스러움 감옥 속에서 자신감이 조용하게 차올랐다.
팀명을 귀엽게 지은 것도 잘한 일 같다. 조금 샛길로 빠지는 이야기지만, 나는 이 모임의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든다. 세 사람의 가운데 이름에 모두 ‘ㅅ’이 들어가서 ㅅㅅㅅ으로 출발했다가 눈웃음 ^^^으로 변했다가, 이게 또 산 모양 같은데 마치 쓰면 쓸수록 쓸 게 한참 남아 있는 우리의 상황 같기도 하여 최종적으로 ‘산 넘어 산’이 되었다. 참으로 이중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산 넘어 산 멤버들과 콘텐츠를 나누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최근에 참여한 문화초대에 대해서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소비한 콘텐츠에 중에서 좋았던 점을 추천하기도 했다. 좋은 게 왜 좋은지를 설명하다 중간에 대화가 삼천포로 빠진 적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그 흐름은 다시 창작에 대한 것으로 회귀했다. (EX. 1. 최근에 산 대본집에 딸려 온 책갈피를 뿌듯하게 자랑함 – 2. 좋았던 대사를 이야기함 – 3. 이 대사를 쓰게 된 작가만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너무 공감되서 함께 공유함- 4. 힘들어 본 사람이 건네는 위로에 대해 생각해 봄)
얼마 전 마지막 모임에서는 글태기 대한 얘기가 나왔다. 쓰는 한 무한 굴레일 것 같은 이 글쓰기 고민은 어쩜 이리 한결같이 우릴 힘들게 하는지. 쓰는 일은 정말 산 넘어 산 같은 고된 작업인 것 같다. 그래도 글이 안 써질 때 요즘 어떻게 극복하는지 다 같이 근황을 나누며 이게 나뿐만이 아닌 모두의 고민이라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글쓰기에 있어 경험치에 대한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다는 이야기에도 공감이 됐고, 쓸 때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는 게 좋은 건가 하는 개인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그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겠지만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 눈웃음 세 개를 떠올리면 조금 덜 외롭게 부유하는 기분이다. 7월부터 10월까지의 달력을 넘기며 ‘새로운 사람 만나기’에 동그라미를 칠 수 있어서 흡족하다. 장거리의 쓰기 여정 속에서 만난 귀한 인연 덕분에 ‘쓰고 싶다는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지켜봐 주는 시선이 있다는 게 든든하면서도 정신이 번쩍 든다. 살아난 감각을 동력으로 삼아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 역시 팀원들의 행보를 따뜻하게 지켜보고 싶다. 무얼 하든, 어디에 있든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말을 남긴다.
“고마워요, 산 넘어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