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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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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이 계속 사랑했어?" 

 

"네. 지울 수가 없어요."

 

곰팡이와 욕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축축하고 어두운 곳이라면 어디든지 돋아난다는 것이다. 햇살 한줌 들어오지 않는 내면의 생각을 따라 깊고 또 깊게 들어가다 보면, 내가 모르던 혹은 잊고있던 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곤 한다. 그리고는 때론 생각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본능으로 자신을 덮어버린다. 영화 <미세리코르디아>는 욕망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한 마을의 균열을 통해 충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어로 '자비'를 뜻하는 제목 <미세리코르디아>는 <호수의 이방인> 알랭 기로디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다. 숲, 살인, 이방인. 세가지 키워드의 스릴러적 요소가 돋보이는 메인 예고편만 보고 영화관을 찾았는데 박장대소하며 영화를 감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화인걸 알지만 '살인 사건'이 일어난 마당에 이렇게 웃어도 되는건가 하는 죄책감 마저 들게 했다. 그러다가도 마치 숲속의 안개가 천천히 스며들어 결국 시야를 전부 지배하듯이, 알랭 기로디 감독 특유의 느리면서 싸늘한 긴장감은 묘한 서스펜스를 주며 104분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하였다.

 

길고 긴 마을로 들어가는 오프닝 장면처럼 서서히 영화에 스며들어 눈을 감았다 뜨면, 제레미가 있던 숲에서 축축한 땅을 밟으며 버섯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을의 균열의 틈에서 찾아온 이방인


 

'제레미'는 과거 일하던 빵집 사장의 죽음으로 오래전에 떠난 마을을 찾게된다.

 

마을의 오랜 빵집의 부재는 흔한 사업의 폐업 느낌이 아니었다. 집에서 밥 냄새가 날 때 사람 사는 느낌이 들 듯이,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하기까지 한 빵집의 부재는 마을에 균열을 안겨주는 듯 했다.

 

이방인 '제레미'는 그 균열의 틈에 자연스럽게 침투한 이방인 이었다. 이제는 미망인이 된 빵집 사장의 아내 '마르틴'의 집에 머물며, 과거의 자신에게 상처와 추억을 동시에 안겨준 마을을 꼼꼼하게도 둘러 본다.

 

이런 '제레미'의 등장을 마르틴의 아들 '뱅상'은 탐탁지 않게 여긴다. 어쩌면 어린시절의 폭력성을 뒤로하고 가장으로서 정착하고 사는 뱅상에게 제레미의 등장은 존재 자체만으로 그를 한번에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레미를 향한 욕망은 뱅상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를 따뜻하게 맡아주었지만 어쩐지 자꾸만 그에게 남편의 옷가지를 주는 '마르틴', 인적 드문 숲속에서의 만남 이후로 자꾸만 제레미의 주변을 맴도는 신부 '필립'까지 이방인의 등장으로 균열의 틈에 자신의 욕망이 깨어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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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에서 피어난 욕망의 꽃


 

사랑을 할 때 우리는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웃을까?'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예쁠까?'

 

관심있고 궁금할 수록 자꾸만 지켜보고 알고 싶어진다. 알고 싶어지면 곁에 있고 싶어지게 되고, 곁에 있다 보면 같은 마음인지 물어보고 싶게 된다. 그리고 같은 마음이면 자꾸만 안고 싶어진다.

 

우습게도 욕망의 단계도 사랑과 거울처럼 닮아있다. 한 끗 차이로 아름다운 사랑이 되기도, 추잡한 욕망이 되기도 하는 인간의 마음을 잡아주는건 사회적인 시선인걸까?

 

감독은 그렇기에 영화의 메인 무대를 ‘숲’으로 정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 누구도 갈 수 있지만, 그 누구도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장소.

 

미세리코르디아의 숲은 같은 공간이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자아낸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며 맑게 개인 모습으로 가을숲의 정취를 뽐내며 제레미를 이끌기도 하고, 앞이 안보일 정도로 굵은 빗방울을 내리며 뱅상과 제레미의 싸움을 극대화 시켜 보이기도 한다. 또 한치 앞이 안보이는 안개로 그들이 향하는 곳을 숨겨주기도 또는 그들을 지켜보는 목격자를 안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살인과 추적의 균열에서 인간이 욕망을 내뿜을 수록 안개는 짙어져 마침내 버섯이라는 예쁘고 맛있는 욕망의 꽃을 쑥쑥 피워낸다. 만약 영화의 배경이 시골이 아닌 도시이고, 숲이 아닌 빌딩 안이였다면 어땠을까? 어둡고 칙칙한 회색의 콘크리트가 두려움을 줄 순 있겠으나, 숲이라는 자연에서 오는 미스터리함과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주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감독은 마치 제3자가 바라보는 시점샷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최대한으로 자연광을 많이 사용하여 기존의 스릴러와는 정 반대의 촬영, 조명 기법을 많이 사용한 듯 해 보인다.

 

자극적이고 극적인 카메라 워크 대신 차분히 그들을 따라다니며 팔로우 하기도 하고, 와이드 샷으로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컷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점점 궁금하게 하여 몰입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축축한 낙엽잎을 밟으며 걷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소름끼치게 귀에 감돌았다면 당신도 이미 감독에게 ‘알‘며든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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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드라마 급 전개? 복잡하고 알싸한 관계가 매력인 프랑스 영화!


 

필자는 원래 프랑스 영화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두려움이 있었다. 나의 감정이 따라가기도 전에 그들은 화를 내고 있었으며, 예상하지 못한 관계 사이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철학적인 요소를 말로 풀어내는 과정이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사실 그래서 미세리코르디아도 보기 전 막역한 ’벽‘ 같은 것이 있었는데, 생각과는 정 반대로 너무나 세련된 연출에 아침드라마 급 스토리 전개가 펼쳐지니 이동진 평론가가 5점만점을 준 것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관계‘에 대한 프랑스식 영화의 표현이 그동안 나의 생각과 반대 방향이여서 이해를 못했었구나 싶었다. 그동안 사람이 있고 관계가 있고 사랑이 피어난다 라는 식으로 생각했다면 프랑스의 영화는 사랑이 있기에 관계가 있고 사람이 있다 라는 이야기 같았다.

 

그렇기에 아무리 복잡한 관계도 사랑으로 풀어낼 수 있고, 이성보다 우선시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세리코르디아 에서도 ’사랑‘은 계속된다. 제레미는 친구의 아버지를, 미망인은 아들의 친구를, 또 뱅상의 친구도 제레미에게 묘하게 끌리면서 이놈의 사랑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그리고 영화 내내 제레미에게 충고하고 마지막까지 육체를 내던져 그를 돕는 신부의 마음은 사랑이었을까 자비었을까 헷리게 만드는 알싸한 매력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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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블랙코미디적 여운을 프랑스 버전으로 느끼고 싶으신 분, <곡성>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종교적 미스터리함을 느끼고 싶은 분, 스웨이드 자켓이 돋보이는 제레미의 가을 산행(?)을 따라 숲속으로 가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하는 영화 <미세리코르디아>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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