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이 금지된 코로나 시기, 불안과 우울에 빠진 내 삶의 낙은 유튜브로 ‘god의 육아일기’를 보는 것이었다.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영상을 본 것을 계기로 20년 전 앳된 모습의 god와 이제는 건장한 청년이 됐을 아기 재민이의 일상에 푹 빠져버렸다.
그 시절 나는 과거를 향한 향수병에 심하게 걸려있었다. 코로나 이전,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서로 만날 수 있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며 눈물로 젖은 밤을 보냈었다. 그 시기에 ‘god의 육아일기’를 보면서도 유쾌해하는 한편 ‘이 시절도 모두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감상에 젖곤 했는데, 이런 나의 감상이 민망하게도 코로나 때도 god는 현재진행형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관심은 그들의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거짓말’, ‘촛불하나’ 등과 같은 히트곡을 시작으로 미처 몰랐던 노래들까지 찾아 듣기 시작했다. ‘왜’,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0%’ 등 수많은 명곡에 황홀해할 때쯤 내가 그들의 팬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고 곧바로 관람을 결정한 건 god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실내 도심형 뮤직 페스티벌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 2025’는 8월 30일, 8월 31일 양일간 진행되었는데, 당연히 내가 갈 날은 god가 공연하는 토요일이었다. 그날 공연하는 모든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그들의 공연이 마지막 순서였기에 최대한 체력을 지키고자 늦은 오후부터 페스티벌을 즐겼다. 그렇게 정은지, 이승기, 이창섭, god까지 화려한 뷔페 같은 호화 라인업의 공연을 잔뜩 감상했다.

새로 생긴 gtx 덕분에 킨텍스까지 가는 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완벽한 날씨 덕분에 더욱 들뜬 가슴으로 도착한 페스티벌 장은 실내의 쾌적함과 페스티벌의 자유로움을 모두 갖춘 모습이었다.
다양한 메뉴의 푸드코트가 있고, 그에 맞게 음식을 먹는 자리도 꽤 넓게 구성되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면서 라이브 공연을 즐기다니, 과연 페스티벌만이 줄 수 있는 자유의 맛이었다. 그와 동시에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에는 총 두 개의 무대가 인접해 있었는데, 무대 앞에는 스탠딩존과 함께 의자들이 있었다. 당시 다리가 아팠던 나는 편하게 의자에 앉아 정은지의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하늘바라기’와 같은 그의 히트곡도 좋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인 페스티벌이라는 점을 인식해 선곡한 ‘꿈’, ‘흰수염고래’ 등의 리메이크곡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은 당연히 잘 알고 있었지만, 라이브로 들으니 그동안 영상으로 접했을 때보다 훨씬 폭발적인 성량을 느낄 수 있었다.
황홀한 공연 관람을 마치고 출출해진 나는 입장했을 때 시선을 사로잡았던 푸드코트를 둘러보았다. 큰 고민 없이 칠리맛과 레몬맛의 새우강정에 코젤 맥주를 곁들여 나만의 완벽한 저녁을 완성하고 편한 마음으로 다음 차례인 이승기의 공연을 기다렸다.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며 귀로만 음악을 들으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되돌리다’와 ‘삭제’가 차례대로 나오는 순간 곧바로 공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무대 근처로 자리를 바꿔 본격적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내게 이승기는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여행을 떠나요’, ‘정신이 나갔었나 봐’ 등을 들으며 그의 노래도 얼마든지 신나는 페스티벌에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마지막 곡으로 데뷔곡 ‘누난 내 여자라니까’까지 들으며 그의 히트곡들이 장식해준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서 서브 헤드라이너 이창섭이 나왔다. 처음엔 발라드로 감미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중반부에 이르러 댄서들을 동원해 아이돌 그룹다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제일 좋았던 건 후반부에 했던 ‘33’이라는 곡이었다. 록 장르를 좋아하는 나의 귀를 한 번에 사로잡는 청량하면서 박력 있는 팝 록 장르의 곡이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노래를 찾아 들어보니 공연 중엔 미처 몰랐던 자전적인 내용의 가사에 더 마음이 움직였다. 페스티벌에서 얻은 큰 수확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는 간절하게 기다렸던 헤드라이너 god의 공연이 펼쳐졌다. god의 차례가 되자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색 응원봉을 들었다. 페스티벌이었던 공간이 한순간에 god 콘서트로 변했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다 함께 세션들의 반주에 맞춰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불렀다. 모두가 가사를 알고 있고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god가 나오고 첫 번째 곡으로 ‘촛불하나’가 공연되는 동안 진정한 국민 가수란 이런 것이구나 실감했다. 노래 한 곡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다니. 이건 god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신난 노래와 잔잔한 노래가 번갈아 가며 명곡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god 노래는 단연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였는데, 직접 라이브로 들으니 모든 곡이 다 좋아서 감히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특히 그날 공연을 통해 내가 ‘하늘색 풍선’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마지막 곡으로 ‘길’을 부르면서 90분의 뜨거운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했지만, 이렇게 남녀노소가 모두 즐거워하는 행사는 쉽게 접하지 못했다. 대중적이면서도 신선한 아티스트도 대거 포진되어 있어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라인업이었다.
페스티벌의 진행도 아주 깔끔했다. 여러 아티스트가 모이는 행사의 경우 부득이하게 지연이 생기는 경우가 잦은데, 무대 두 개를 차례를 바꾸며 나눠 써서 한 무대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무대를 정비하고 그 덕에 아티스트도 제 시간에 공연을 시작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진행이 이뤄졌다.
실내에서 하는 페스티벌이라서 다른 야외 페스티벌과 같은 탁 트인 느낌은 덜할 줄 알았는데 돗자리 좌석, 음식을 먹는 테이블 좌석, 공연 관람석 등등이 모두 나눠 있어 실내임에도 편하게 이동하며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가벼웠다. 바쁜 일상에 짓눌려 허우적대던 나날 속에서도 이렇게 벅찬 마음을 품을 수 있다니 음악의 힘이란 대단했다. 그 음악의 힘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어서 더 즐거웠다. 잊을 수 없는 선물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