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최근우
공연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극장 안으로 입장한다. 이미 공연은 시작되었다. 사각형 무대 위에는 인간 혹은 퍼포머가 앞으로 코를 박은 채 누워있다.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아 흡사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기계나 인형 같은 모습이다.
무대를 빙 둘러싸 앉은 관객들은 침묵 속에서 그의 동작을 기다린다. 이때 무대 전체의 철골을 반복적으로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무대 중앙이 아닌 무대의 장비를 관리하는 2층 외곽에 올라간 퍼포머가 하나둘씩 철골을 때리는 기계를 켠다. 다시금 시동을 끄듯이 기계들의 전원을 끈다. 그리고 무대에 누워있던 퍼포머는 몸을 일으킨다.
철골을 때리는 행위와 기계의 전원 on/off는, 몸을 깨우는 예비 동작처럼 보인다. 마치 엔진을 돌리듯, 주변 구조물이 먼저 반응하고 난 뒤에야 무대 중앙의 신체가 기동한다. 즉, 인간의 의지가 아닌 환경·시스템·기계등 기관이 먼저 인간은 깨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무대에서 일어난 퍼포머는 미로처럼 반듯하게 얽힌 밧줄을 따라 뻣뻣이 움직인다. 공연을 보는 30분 정도는 퍼포머의 움직임에 집중한 채 침묵 때문에 숨을 참고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느라 퍼포머와 같이 불편한 상태에 있다가 점점 무대의 공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움직임이 커지니, 나도 자세를 고쳐잡거나 숨을 내쉬며 몸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공연에서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무대의 퍼포머가 반듯한 밧줄을 망가뜨리고 밧줄을 타고 올라가고, 심지어는 밧줄 위에서 떨어지는 등 밧줄이라는 소재로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혼자 채웠다. 후반으로 갈수록 인체의 한계를 도전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사실상 신체보다 움직임에 더 집중하게 된다. 초반의 4면을 향해 기괴할 정도로 유연했던 움직임은 또다시 시작된 기계들의 소리와 함께 꺼진다.
TRANS III: 주어 없는 움직임은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막에서는 기계에 의해 작동하는 주체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2막은 신체가 완전히 공간을 점유하며 3막은 두 가지가 혼합되며 기계와 신체는 움직임을 멈춘다. 하지만 정말 움직임을 멈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공연의 제목인 TRANS III: 주어 없는 움직임은 제목 그대로 '주어 없는' 상태를 상상하며 출발한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하는 주체'가 부재한 상태의 움직임의 주인을 찾는다. 이는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처럼 근대 주체가 사라진 포스트 모던 철학의 기조를 명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TRANS III: 주어 없는 움직임은 비단 주어가 없는 상태를 상정했을지라도 그곳에 멈춰있지 않는다. 부단히 움직이고 실험하며 의미를 붙잡고 또 아래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넘어 움직임을 찾으려는 시도가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일지라도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