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거라지만, 인류는 늘 외로움을 느끼기에 인간관계를 쌓아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도 온전히 내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기란 쉽지 않고 그 속에서 헤매다가 다시 공허해지기를 반복한다. 반대로 자신이 상대에게 만족할 만한 대상이 맞는지도 전전긍긍하며 고민하는 날도, 상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아 고심했던 나날도 모두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픽사의 신작 영화 <엘리오>는 지구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소년 ‘엘리오’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외로움을 탐구한다.
어릴 때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고모와 함께 생활하는 소년 엘리오는 마땅한 친구 한 명 없는 외톨이다. 어쩌다 보니 작은 오해로 고모도 자신을 필요치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문을 닫아버린 엘리오는 우연히 우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지구 밖 세상은 자신을 원하는 누군가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은 채 지구를 탈출할 꿈을 품는다. 간절함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매일 외계인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어필하던 엘리오는 마침내 지구 대표로 우주에 소환된다.
우주에 오게 된 엘리오는 그곳에서 만난 친구 ‘글로든’과 우정을 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둘은 가족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힘듦이 있다. 엘리오는 고모가 자신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고, 글로든은 자신이 아빠의 말을 어길 시 사랑받지 못할 존재가 될 것이라는 걱정을 안고 있다. 공통점을 공유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충분한 사랑을 원하는 어린아이에 불과할 만큼 순수하다.
그러나 이들의 깊은 고민이 무색할 만큼 엘리오의 가족인 고모, 글로든의 아버지는 당연하게도 그들 각각을 그 자체로 사랑한다. 공군 궤도 분석가인 엘리오의 고모는 우주와 외계인에 대해 말하는 엘리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저 그 나이대 아이가 할 법한 망상이라고 여기며 기숙 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엘리오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가 무너질 것 같은 마음에 버겁기도 하지만, 막상 사라진 엘리오를 찾기 위해서 그녀가 쓴 방법은 엘리오가 우주로 가기 위해 사용한 것과 같은 터무니 없는 방법이다. 바닷가 모래에 ‘외계인들아 우리 엘리오를 돌려줘.’라고 쓴 후 빛을 비추며 노력하는 고모의 모습은, 마음 한 켠을 뭉클하게 만든다.
글로든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토록 아끼던 갑옷을 내던지고 아이를 감싸는 아버지의 모습 역시 이와 연결된다.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란 목적을 달성했을 때만 필요하고 값진 게 아닌,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였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영화 <엘리오>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답게 그려내어 현대인들과 연결을 도모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자신을 드러내며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사람은 여전히 외로움을 느낀다. 기쁨과 슬픔을 나누다 보면 그것이 질투와 약점이 되기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전부 드러내지 말라는 누군가의 조언도 버거울 때가 있다. 혼자만 삼키게 되는 감정들은 외로움을 넘어 고독 속으로 자신을 점점 몰아가는 감정과 다를 게 없다고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외로움을 관계의 시작과 연결하며 타인과의 진전을 추구한다. 우여곡절 끝에 우주에서 인정받아 글로든과 함께할 수 있게 된 엘리오지만, 그는 고모와 함께 지구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외로움에서 시작된 감정은 오해와 서운함이 쌓였어도 그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진취성을 확립한다. 지구는 자신의 집이고 고모는 자신의 가족이기에 이젠 잘 해보겠다고 말하는 엘리오의 모습은, 자칫 부정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외로움을 희망으로 변화시키며, 소중하지 않은 감정은 없다는 픽사의 목소리와도 함께한다.
살아가는 세상은 동화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여러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결국은 행복한 삶을 맞이하는 주인공처럼, 우여곡절이 있어도 꿋꿋이 극복해내는 그들을 보며 마지막에 늘 따라붙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우리 삶에도 언제나 필요하다. 픽사가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 메시지는 다소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자 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외로워하는 엘리오가 ‘지구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라는 의문은 ‘특별하다는 것은 때론 외로울 수 있다’라는 픽사의 대답으로 그 불안을 해소한다. 외로움은 잘못된 것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의 차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픽사의 대답으로 결국 결말은 또다시 ‘해피엔딩’이다. 어릴 때처럼 모든 게 동화같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늘 그 자리에서 그런 마음을 상기시켜주는 영화가 있어서 참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