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집. 처음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보통 제목에서 어느정도 내용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 책의 내용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거기다 이 책의 형식은 굉장히 독특하다.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흔하게 생각하는 그런 에세이도 아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작가인 타샤 튜더가 일평생 꾸려온 집에 깃든 다채로운 흔적들과 직접 손으로 일궈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기쁨에 관하여 쓰여진 책이다. 에세이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데 거기에 타샤 튜더의 집에 있는 여러 물건들, 그 물건들을 가꾸어나가는 그녀의 모습들이 사진으로 담겨있어 마치 화보집처럼도 느껴진다.
책 속에 있는 그림과 사진들에 자연스레 포개져있는 글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성인이 된 이후 글로만 가득찬 글을 읽는데에만 익숙해진 나로 하여금, 유년시절 책을 펼치면 형형색색의 그림들에 시선을 빼앗겼던 그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도 했다.
책의 목차만 놓고 보아도 이 책이 어떨지 대강 그려진다. 손으로 만드는 세상이라는 프롤로그를 지나면 땅에서 얻다, 들판과 정원, 과거의 맛 등 제목만 보아도 자연스레 그 풍경이 그려지는 내용들로 책의 모든 파트가 구성되어있다. 그런 파트를 읽다보면 어느샌가 타샤의 집에서 같이 타샤와 마주보며 그녀가 끓이는 허브차의 향내가 나는 착각마저 들게한다.
그만큼 고요하고 평온하며, 마치 책을 읽는순간 만큼은 고향으로 회귀한 듯한 기분마저 든다.
모든 파트가 인상적이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땅에서 얻다라는 제목의 파트 중 “타샤의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은 제 기능을 하며 그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라는 문장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문장 뒤에 그녀의 집에 있는 의자, 그리고 철망 문과 투박한 선반이 달린 캐비닛의 쓰임에 대한 문장이 넌지시 따라붙는데 나는 그 단순하면서도 매우 일상적인 문장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문장을 읽고있는데 문득 이사온 뒤로 한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우리 집의 물건들에 쓰임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이지도 않는 그 정지된 물건들을 보고있자니, 문득 그것들이 우리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선명히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생명없는 물건들이 영혼을 갖고 생동하고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 집에 있을때는 항상 켜두는 그 조그마한 양초 캔들의 흔들리는 불씨가 그런 기분을 더 부추기는 듯했다.
이 책은 어떤 커다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스쳐가는 그 수많은 일상들을 타샤라는 노인의 주름진 손과 얼굴을 통해 살포시 건네올 뿐이다.
이전에 어떤 영화를 보고 이런 평을 남긴적이 있다. 마냥 가벼울거라 생각한 것들에서 의외의 진중함을 발견할 때 나는 당혹감이 드는 동시에 경외감마저 느낀다고.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그때의 소회가 문득 떠올랐다. 가벼울거라 생각한 건 결코 아니지만, 익숙하지만 소중한 어떤 일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전달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책을 처음 펼쳤던 순간이 책을 다 읽고나서는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깊은 감회와 경외심을 느낀 것 같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나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노년의 삶,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롭게 변화하는 일상의 순간들을 언젠가 맞게되겠구나, 그리고 그런 순간이 어쩌면 꽤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감히 하기도 했다.
나와 같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런 생각의 깊이를 조금은 더 더해줄 수 있지 않을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