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하고 톡 쏘는 일렉기타 리프를 좋아한다.
밴드음악 특유의 에너지, 그 안에 담긴 자유로움과 감정의 폭발을 마주하면 해방감이 든다. 그래서 국악기 중심의 음악은 내 취향과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잠비나이의 곡들을 들어보면서, 편협했던 생각이 깨졌다. 해금이라는 오래된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도 이렇게 강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어떤 곡에서는 일렉기타만큼이나 묵직하게, 어떤 곡에서는 더 거칠과 날카롭게 들렸다. '국악'이라는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음악. 낯설었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 중심에는 김보미라는 연주자가 있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말 그대로, '음악을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뭔가 대단한 음악적 성취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기보다는, 해금을 만나고 연주하게 된 계기 그리고 그 악기와 함께 해온 삶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돌이켜 보면 우연 같기도 한 선택들이 결국엔 자신을 이끌어 온 필연이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이야기, 바로 '재능'에 대해서도 김보미는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노력형이었는지,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자기 색을 찾아갔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가 특별하다기보다, 내 주변의 평범한 친구들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불확실한 길 위에서,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해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확인하는 수단'처럼 느껴졌다. 아주 오래된 악기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면서도, 김보미의 일상은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연습, 무대 앞의 긴장, 실수와 자기 회의. 그 안에서 '나'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계속 악기를 든다. 무대 위에서 다시 자기 자신이 되는 일.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천천히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공연장에 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가 쏟아내는 에너지, 객석에서 그것을 온몸으로 향유하는 나 자신.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를 '그날의 감정이 솔직하게 녹아 있는 시간이라서 좋아한다'고 적어둔 적이 있는데, 그 문장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김보미가 이야기하는 무대 위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왜 내가 공연을 좋아하고, 왜 계속 찾아다니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줬다.
여전히 해금이 어떤 구조의 악기인지, 산조가 정확히 어떤 형식의 음악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모호함이 마음에 걸리진 않는다. 오히려 확실해진 감정이 있다.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거라는 것. 연주자와 청중이 공연 안에서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그 순간,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은 짧은 진동. 해금의 울림과 내 마음이 어딘가에서 맞닿는 그 느낌. 그 몇 분이, 내 안의 잠대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음악에 대한 책이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누구나 흔들리고 불안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 김보미가 그런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려주었고, 나는 그 진심에 울컥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공연이 더 그리워졌다. 음악을 또렷하게 감상하고 싶어졌다.
나는 여전히 그 반짝임을 사랑하고, 그 반짝임을 따라 살아가고 있음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