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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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이 손에 잡히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는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것을 강요받는다. 유치원생 때는 '가나다'를 열심히 썼고, 초등학생이 됐을 무렵에는 받아쓰기부터 일기까지 매일 공책에 무언가를 적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받아쓰기와 일기를 쓰는 습관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무언가를 쓰는 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나에게도 글을 쓰는 게 즐거웠던 시기가 있긴 했다. 하고 싶은 말과 하면 안 될 것 같은 말들을 구별하기 힘든 시기의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썼다. 오늘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책을 보고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내가 왜 우울한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썼다. 그때의 나는 마치 무언가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굴었다.


인터넷에서 그런 말을 본 적 있다. "무언가를 창작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한 상태다."라는 밈처럼 번진 말 중 하나였다. 실제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시기의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출해 냈으며, 그렇게 감정을 해소하고 나면 감정이 소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명한 예술가들처럼 몇백 자씩 써 내려간 내 글들이 작품이 되진 않았으나, 글 쓰는 행위만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불안정했던 나날들을 어찌저찌 보내고 나니 지금은 굉장히 안정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슬픈 일도, 힘든 일도 많지만,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한번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지금의 생활이 좋긴 한데, 글을 쓰는 게 힘들어졌다. 아트인사이트에 주기적으로 글을 기고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글을 쓰는 게 힘들다.

 

행복하게 글을 쓸 수는 없는 걸까? 즐겁게 글을 쓰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텐데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나이가 늘어남에 따라 문장은 길어졌으나, 하고 싶은 말들은 줄어든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르고 고르다 보니 차라리 말하지 않은 편을 택했고, 생각이 깊어질 때면 다른 일을 시작함으로써 회피하기 시작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예전이라면 막힘없이 술술 써 내려갔을 일기장도 백지가 된 지 오래다. 내 삶은 과거와는 달리 꽤 알차고 윤택해진 것 같은데, 그토록 좋아했던 글쓰기가 더 이상 좋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계속 무언가를 쓰다 보면 글 쓰는 게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우울했던 시기의 나는 내가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행복해질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살아졌고, 그 시간이 지나가다 보니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내 내면이 변하게 된 것처럼 지금은 글 쓰는 행위 역시 변할 수 있게 되는 걸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글 쓰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간 글 쓰는 행위가 다시금 나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기를 믿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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