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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어쩜 그리 공주를 척척 알아보는지, 어떻게 한눈에 반해 그녀의 인생을 구원하는지- 가 궁금했던 나는 이제 과거다.

 

사랑과 운명이 모든 서사를 가져온다는 굳센 믿음에 금이 갔다. 환상을 부수고, 동화를 역사로 친절히 설명하는 이 책을 읽은 덕분이다. 실망했다는 말이 아니다. 현실을 사는 어른은 오히려 이런 게 더 재밌다.

 

생각해 보자 왕자들은 말을 타고 어디로 가는 중이었을까? 책에는 그런 것까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어디론가 이동 중이던 왕자가 우연히 공주를 발견하고 진실 어린 사랑에 빠진 것이 엔딩이자 핵심인데, 이 해피엔딩은 슬프게도 허구다.

 

왕자들은 우연히 공주를 발견하지도,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들은 권력이 부족한 둘째 왕자 내지 물려받을 재산 없는 가난한 왕자였다.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기사 훈련을 하고 일거리를 찾아다니거나,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 첫째 공주를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었다.

 

결론은 백마 탄 왕자는 권력 있는 공주에게 끌렸다는 것이다. 이러니 순수한 사랑으로 보이던 동화에서의 백마를 성인이 된 지금의 나는 놓아줄 수밖에 없다.

 

사실 크게 바란 적 없지만, 가끔 쌓인 설거지가 싫을 때 백마 탄 왕자가 집안일이라도 해 주고 갔음 하는 찰나의 마음을 가진 적은 있다. 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서 백마 탄 왕자를 바라는 일은 절대 없다. 아직 순수한 사랑을 찾는 어른이고 싶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소제목과 이해하기 쉬운 역사 설명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이보다 더 좋은 건 기획 의도다. 작가의 서문을 인용하여 이를 소개한다.

 

["일반적인 명작동화가 창작된 시기는 대부분 19세기 제국주의 시절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유럽인, 백인, 남성, 기독교인, 제국주의자와 같은 강자의 시선을 배워 그들의 시각에 맞추어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이야기 속에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다음 세대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다. 난 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는 동화를 아름다운 이야기, 완전하고도 완결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행복으로 결말지어지고, 내용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극적이니 참으로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화에서의 마녀는 정말 마녀였을까? 역사를 토대로 본 동화에서는 다시 보이는 것들이 참 많았다. 동화에서의 마녀는 정말 마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알고 보면 억울한 금융업자 샤일록’ 에서도 마찬가지다.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고리대금 업자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잘 알다시피 착한 주인공이 악한 등장인물과의 갈등 구도에서 똑똑한 귀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지키는 내용이다. 샤일록은 정말 악인일까? 악한 등장인물 샤일록이 왜 억울할까?

 

그 재미있고 세세한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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