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플레이리스트나 옛날 예능 혹은 아이돌의 직캠을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브이로그’이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일컫는다.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자신이 먹은 것을 기록하는 ‘먹방 브이로그’부터 유명 연예인들의 브이로그, 여행을 담은 ‘여행 브이로그’ 등 정말 다양한 브이로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자주 보는 브이로그는 바로 ‘일상 브이로그’이다.
일상 브이로그는 말 그대로 누군가의 일상을 담고 있다. 특히, 내가 자주 요즘 꽂힌 브이로그 채널의 주인들은 각자 ‘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자신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공유한다. 사실 나의 일상과 별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나날의 반복이지만 이 반복이 주는 평온함이 힐링이 된다.
자막과 애니메이션 효과를 비롯해 다양한 편집으로 가득한 요즘의 영상들과 다르게 브이로그라는 콘텐츠는 자막과 배경음을 제외하곤 큰 편집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직 ‘삶’, ‘일상’과 같은 것들에만 집중한다. 처음엔 남의 일상이 뭐 재밌다고 그렇게 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유명인도 아닌 사람들의 일상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우연히 브이로그를 보고 나니, 나와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타인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매일 새벽에 눈을 떠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위해 요리를 하는 주부, 출근 준비를 하는 직장인, 학교에 가져갈 점심 도시락을 싸는 학생 등 비슷한 시간대에 하루를 시작하지만, 각자의 루틴은 저마다 다르다. 당연히 나의 루틴과도 다르지만, 삶이라는 전체적인 틀을 봤을 땐 유사함이 느껴져 동질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는 한참 동안 TV에서 유행했던 관찰 예능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상 브이로그의 주인들은 구독자인 우리들과 유사한 삶, 혹은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하루를 보낸다. TV 속의 연예인들의 일상보다는 비교적 가깝기에 조금 더 공감이 가고, 이 일상을 보며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일상 브이로그의 매력은 ‘타인과 그의 삶을 이해’하는 장치가 되었다는 점이다.
일상 브이로그를 봤다고 해서 완전히 그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분명 촬영과 편집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슷하면서도 당연히 나와 다를 수밖에 없는 누군가의 일상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생각, 습관, 행동 등을 어느 정도 엿보게 된다. 여기서 정말 다르지만, 어느 면에선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과 함께 나와는 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게다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직업들도 많으니 당연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임에도 결국 삶이라는 맥락이 비슷하니 이들의 잔잔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보는 것은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비하여 에너지 소모가 적다. 어찌 되었든 브이로그라는 콘텐츠 특성상 다른 콘텐츠에 비해 자극성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잔잔함을 유지하기 위해 브이로그의 주인들은 그들의 하루를 또 채워나간다. 꼭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요리하고, 출근하고, 공부를 하고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간다.
이 평범한 일상을 위해서 각자가 맡은 바를 해내는 것, 이 자체만으로도 나도 내 하루를 온전히 채워나가도록,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제대로 살아가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이 잔잔하고 고요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콘텐츠가 요즘 나의 잠들기 전 필수코스가 된 이유도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싶어 두서없는 글로 남겨본다.
마치 남이 펼쳐놓은 일기장을 대놓고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 브이로그가 가진 매력 중 하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