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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달의 뒷면을 걷다.jpg

 


[이곳 달이라는 거대한 감옥에서 월인으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둘뿐이었다. 고독 속에서 절망하거나, 우주암으로 죽어가거나, 어느 쪽이든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p.81

 

인간이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겼던 1969년 7월 20일. 아쉽게도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일어났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이 뭉클해지며 감동한 적은 없던 것 같다. 교과서에 적혀있을 법한 문장을 읽는, ‘공룡이 존재했다.’ 같은 무게감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혹자에게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해 발자국을 남긴 사건은 마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해당 책은 인류의 “신대륙 발견”과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달’에 사는 지구인, 즉, ‘월인’이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신대륙 발견”의 느낌보다, 어둡고 쓸쓸한 현실인 “구대륙 도착”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월인’이라 불리는 인간들이 오직 달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를 자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지구에 사는 지구인들은 달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착취하고, 폐기물들을 달의 뒷면에 버리기 시작한다. 월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월인이기 때문에 달에서 소멸을 맞이 해야 하는 주인공은 이런 운명에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무한한 우주 속에서 무한한 우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고독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나까지도 가슴이 저릿해져 오는 것 같았다.

 

[“내가 네게 바란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단다.” 그것은 이 달에서 시작하여 다시 미래로 나아가는 것.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에 마음의 탯줄을 남겨준 채 달에 도착하여, 때로는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지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 다음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는 것. 그 누구도 앞선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 세계에서 오직 자신의 지도를 만들어 걸어가는 것.] - p.122

 

[다이는 지구를 등지고 나아가는 그다음을 생각했다. 아무것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달의 대지 위에서 그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생각했다.] - p.160

 

늦은 저녁, 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내 발걸음을 따라 달이 뒤따라오는 것 같아서 앞도 안 보고 그저 달만 보며 집에 온 적이 있다. 달을 보며 걸었을 뿐인데 평소 집에 오면서 들었던 허무함, 그리고 알 수 없는 쓸쓸한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 이후로 종종 달을 바라보며 집을 향해 걸었던 것 같다.


지구와 다른 곳에서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였지만, 나 역시도 소멸해야 하는 운명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주인공이 겪었던 차별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 했던 고뇌를 읽으며 늦은 저녁, 달에만 의지해 걸었던 발걸음을 떠올렸다.

 

소멸하는 존재들의 운명은 죽음이 아닌, 소멸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살아가기 때문에 사라지는 존재들을 다시금 떠올려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tag 에디터 김예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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