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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당신의 천사는 누구인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나의 모든 것을 내주고 싶은 대상이 있는가?


이 책은 단편적인 사건들을 통해 천사라고 불리는 AI 로봇이 외적인 미의 기준이 된 사회를 묘사한다. 인간은 아름다운 천사를 추앙하거나 소유하고자 한다. 천사의 외모와 상반되는 자연인(순수 인간)은 차별당하기도 하며 반대로 누군가는 그런 인간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집착한다.


처음 읽었을 땐 찝찝하고 뿌연 안개 속에 서 있는 것 같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 번 더 읽었을 땐 물음표 모양의 표지판이 가득한 축축한 미로 속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미로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 글을 기고하는 것에 상당히 망설였지만, 그래도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라 글을 쓰게 되었다. 명확한 무언가를 아직 얻지 못한 사람의 글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


또한 이 책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연결해 가며 추리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이오'의 존재, '미리내'와 '류'의 관계, '환희'와 '미리내'의 성별에 대한 혼란, '유미'와 '이오'의 관계 등 책을 읽어나가며 수많은 사건과 인물 간 관계를 맞닥뜨린다. 이 책의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부 포함하여 글을 쓰고 싶었지만 결국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로 한정하여 작성했다는 점을 미리 알린다. 또한 본 기고에는 개인적인 추리를 바탕으로 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미리 밝힌다.

 

 


아름다운 “천사” – 외모지상주의와 스타 시스템이 불러오는 공포


 

이 책은 천사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환희', '미리내', '유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천사는 AI이면서 동시에 인간과 아주 흡사한 존재이며 지나치게 아름다워 그 자체로 외적인 미의 기준이 된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이미 못생긴 외모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미리내'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유미'는 부모가 원하는 외모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부모로부터 모욕을 당한다.


이 책의 초반부에서 묘사하는 천사의 존재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는 자연히 현대의 외모지상주의와 스타 시스템을 떠오르게 한다. 책에서 천사는 AI 로봇이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에서도 천사는 연예인 혹은 아이돌 스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미디어와 스타 시스템이 포착하고 대중에게 주입하는 외적인 미의 기준을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미의 기준은 점점 획일화되고 오직 아름다운 외모만이 절대 선(善)이 된다. 대중은 그들과 유사한 외모를 갖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다. 그러면서 그러한 외모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철저히 차별한다. 세 등장인물의 학창 시절 이야기는 독자들이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공포감을 느끼도록 한다.

 

 

열여덟 소년의 투신엔 전하는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연인에게 못생겼다고 차여서 홧김에 뛰어내린 거다, 아버지가 성형을 반대했다, 말대꾸하는 자식은 혀를 자른다고 했다, 그게 아니라 혀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혀뿌리의 힘줄을 끊어 냈는데 그것 때문에 말을 더듬게 되었고 그게 원인이 되어 뛰어내린 거다. 등등······ 디테일을 하나로 모으자, 뭐가 됐든 외모를 비관한 자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 <나의 천사> P. 43

 

 

이러한 공포는 천사를 만든 장인 '선우'의 죽음으로 더욱 극대화된다. '선우'를 살해한 열아홉 살 청년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선물 받은 천사와 함께 자랐다. 그의 부모는 아이가 인간과 교류하기를 바라며 그에게 천사를 선물했지만, 오히려 청년은 천사가 되고자 했고 인간을 혐오했다. 결국 청년은 그토록 아름다운 천사를 제작한 선우가 늙고 못생긴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살해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간이 천사를 동경하는 것은 아니다. 천사는 천사, 영원한 사랑, 하나뿐인 보석, 미의 결정체, 마음의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유혹하는 악마, 섹스 로봇 등의 이름으로도 불렸다. 인간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천사를 자기 입맛대로 대한다. 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오'와 '남자'의 관계는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실의 연예인 역시 대중에게 다양한 역할로 존재하고 있다. 대중은 원하는 대로 연예인의 가십을 물어뜯고 재창조한다. 미디어는 이들을 상품으로 인식하고 외모에 따라 급을 매기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이들은 성적 심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들은 소유하고 싶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AI 로봇이 활성화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사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천사를, 모나리자를, 니케 상을, 장미를 아름답다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름다움은, 천사와 모나리자와 니케 상과 장미가 아닌 그게 불러일으키는 마음의 변화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요동치는 물줄기를, 변하는 내 마음을 아름다움이라고 부르는 거다.

 

- <나의 천사> P. 350

 

 

문득 인간과 아름다움은 서로 절대 떼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은 또다시 타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만다. 둘의 관계는 더 이상 인간과 AI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유지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AI가 가진 외적인 아름다움이 절대 선이 되는 세상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은은한 공포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의 모양 – 우리에게는 각자의 천사가 존재한다.


 

이 책의 중반부와 후반부는 독자에게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아름다운 천사를 갈망하는 자들과, 그런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자들, 그 반대편에선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자들이 한데 뒤엉켜 서로의 욕망을 표출하고 전시한다.


아름다움을 로봇의 형태로 구현하는 장인 '선우'와 미소년의 얼굴을 한 천사 ‘토마’를 원하는 대중의 이야기는 모두 인간이 아닌 천사를 원하고 갈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이었던 아내의 죽음 이후 아내를 잊지 못해 똑같이 생긴 천사를 만들어 함께 살고 있는 '민성기'와 공장의 부품을 빼돌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천사를 몰래 만들고 있는 공장 근로자 '남자'는 모두 인간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이를 갈망한다. 즉 이들에게 천사는 곧 인간이다.


이 모든 집착과 갈망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 솟아났다. 도대체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 인간이 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인터넷 사전에 ‘사랑’이라는 명사를 검색하면 그 의미가 여섯 가지로 정의됨을 알 수 있다. 어떤 대상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남을 이해하는 마음, 남녀 간에 좋아하는 마음, 성적인 매력에 끌리는 마음 등. 단어의 의미로만 보면 사랑은 대충 고결하고 우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이 늘 그런 형태로만 정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 숨겨진 욕망과 이기심, 질투와 분노, 역겨움과 고통을 마주하게 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은 어떤 모양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랑의 진짜 모양은 뭘까?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지배하고 싶은 마음은 사랑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해 그와 똑 닮은 로봇을 제작하려는 마음은 사랑인가? 궁극의 아름다움을 AI에 투영하여 제작하려는 마음은 사랑인가? 아름다운 자를 오직 내 안에만 가두고자 하는 마음은 사랑인가?


처음에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형태의 사랑이 어딘가 뒤틀린 난해한 감정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모든 것이 곧 사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나의 사랑이라는 껍질 속에도 얼마나 많은 모순과 이기심이 들어차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 나의 천사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면서 그 기저에는 수많은 욕망을 깔아 놓았을지도 모른다.


 

"환희 너는 진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구나.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내 마음이 중요한 거지. 사랑하는 존재 앞에서는 언제나 최선의 '나'이고 싶은 거야."

 

- <나의 천사> P. 165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내 마음이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결코 우리의 욕심과 이기심을 버릴 수 없다. 나는 이것이 사랑이면서 동시에 사랑이 아니라는 모호한 결론에 도달했다.

 

 

 

마무리하며


 

이 책은 AI 로봇인 천사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이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다양한 방식을 묘사한다. 동시에 명확한 해답이나 정답을 주지 않는다. 천사의 아름다움을 취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애초에 그 욕망을 진정한 사랑의 형태로 정의해도 되는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쨌든 우리는 각자에게 존재하는 천사를 계속해서 사랑해 왔고 사랑할 것이다.


 

"인형과 산다는 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란다. 그리고 양보하는 방법을 잊게 되면 인간은 나약해져. 상처를 받지 않으면 점점 더 상처에 취약한 인간이 돼."

 

- <나의 천사> P. 33

 

 

'진정한 사랑'이란 나의 이기심을 누르고 나의 마음을 상대에게 양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이기심과 욕망이 전부 가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 이상하고 모순적인 생각 속에서 또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 이 책을 또 한 번 읽어도 이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깊은 고찰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더없이 가치 있는 도서였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효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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