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a73ee1758bd4f26df25421ab2d9e1e16cf2cd169.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22210258_neusnlyb.jpg)
나는 어떤 사람을 더 알아가고 싶을 때 꼭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이 질문을 하면 두 가지 부류로 사람들이 나뉜다. 첫 번째는, 잠시 고민하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 “음.. 아무래도 봄이나 가을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답을 하는 사람들. “저는 겨울이 좋아요.”
모든 사람이 가장 활동하기 쾌적한 봄이나 가을을 꼽을 것 같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휴먼 데이터에 의하면 의외로 답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리고 또, 대부분 답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은 계절에서 좋아하는 포인트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나는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데 특히 ‘여름 냄새’를 좋아한다. 굉장히 복합적인 여름의 냄새인데, 나의 경우에는 특히 나무와 풀이 많은 공원이나 풀가에서 풍겨오는 풀 냄새가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비가 오는 날의 흙과 비 냄새도 여름 냄새에 속한다.
누군가에게는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는 냄새 때문만에 여름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여름은 청춘드라마 그 자체이지 않은가. 치열한 시험과 과제를 마치고 조용해진 교정, 바다로 향하는 기차표, 친구들과 함께 모여 보는 밤하늘을 수놓는 형형색색의 불꽃놀이까지.
괜히 어떤 여름에 일어났던 일이던지, ‘여름이었다’ 한 마디만 붙이면 모든 것이 ‘완성’ 된다는 유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계절의 이름 그 자체로 별 거 아닌 기억까지도 아름답게 명명할 수 있는 특권이 여름에게 부여된 것이다.
이렇게나 내게 특별하던 여름인데 조금 낯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노랗게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 낙엽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별 관심 없던 반 친구 한 명이 여름방학이 지나자 세 뼘 자라서는 눈길을 빼앗아 당황스러운 느낌이었다. 내가 여름에게만 느끼던, 계절이 주는 설렘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처절하게 상대를 붙잡는 유지태의 대사만큼의 충격이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끝내는 변해버릴 사랑에 더 온갖 유난을 떨게 되는 것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또 앞으로도 좋아할 계절은 영원히 여름일 것이라는 착각을 굳게 해버린 탓이었다.
일련의 혼란과 약간의 충격을 겪고 나서는 메모장에 아래와 같은 말을 적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41022_21002141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22210303_khhmtvuz.jpg)
어떤 계절은 해가 빨리 져서, 휴일이 적어서, 공기가 쓸쓸해서 싫다고만 생각했는데. 결국에 나는 시간이 지나며 사계절을 모두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봄도, 겨울도. 다시 여름, 그리고 가을도.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내가 계절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느끼고, 또 설레면서 그렇게 정해진 결말에 이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떤 시기에, 어떤 계절에 속해있던 나름의 행복과 낭만을 찾아 더 자주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 또,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묻기보다는 '이 계절엔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이야기하며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은, ‘아직은’ 지난여름을 조금 그리워하는 사람으로서 묻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