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L 봉투에 필요 없는 물건을 담았다
뭐 하나 한 것 없이 2024년 한 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스스로 발전한 건 없는데 주변 상황은 바뀌고 한탄만 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뭘 해야 하지? 문제가 뭐지? 방 안에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한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몇 달새 잠 자는 공간을 제외하고 주변이 엉망이었다. 쇼핑백에 제각각 물건이 쌓여 여러 군데 놓여있다. 문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책장과 컴퓨터 침대 사이 잡동사니가 수북한 것이다.
한숨이 나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가늠이 되지 않았다. 주변이 치워지긴 할까, 엄두가 나지 않아 다음으로 미뤘던 청소를 시작했다. 나중으로 미루다 내 삶이 무너질 것 같았다. 다이소에서 산 사십 리터짜리 봉투를 두 개 꺼내 필요 없는 물건들을 모조리 담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가방 구석구석에 유통기한 지난 숙취해소제, 약, 고장 난 보조배터리 등 여러가지 잡동사니가 나왔다. 조금씩 바닥 표면이 드러났다. '필요할 때 두 눈을 부릅뜨고 찾을 땐 안 보이더니…….' 보이지 않던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났다. 필요 없는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니 바닥에서 빛났다.
사십 리터짜리 봉투에 잡동사니가 가득 들어갔다.
청소는 분위기를 바꾼다
요즘 청소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 지인들은 청소에 재주가 없어서 혹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청소 아주머니를 불렀다. 친구는 그대로 두면 여사님이 깔끔히 치워준다며 청소도 자본주의라며 말했다. 분위기가 사람을 바꾼다고, 깨끗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컴퓨터를 하니 생동감이 느껴졌다.
쓰레기 더미까지는 아니지만 쓰레기 뭉치 속에서 살았던 내 모습들과 언젠가 봤던 청년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젊은 세대일수록 저장장애가 많고, 번아웃 증상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심해져 집안일을 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버릴지 안 버릴지를 결정하는 과정조차도 노동으로 생각한다고.
생각해 보니 맞다. 나는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하며 어떻게 버리고 처리해야 할지 그 과정이 귀찮고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바닥을 밀었다
군데군데 있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바닥을 닦았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바닥을 슥슥 밀었다.
물건들이 켜켜이 놓여있던 공간에 빛이 보였다. 물건을 거둬내고 바닥을 닦으니 마음이 시원했다. 왜 진작 치우지 않았을까. 내가 자고 있는 공간을 스스로 훼손했을까. 어쩌면 나는 필요 없는 서류들과 버리지 못한 잡동사니 사이에서 고독과 우울 힘든 마음을 채우고 있었던 거 아닐까.
방 청소가 후 마음이 환해졌다. 그 느낌은 박하사탕을 머금은 것처럼 화하다. 다시 쌓기는 싫다. 새로운 분위기에서 타자를 친다. 조용한 공기 속 경쾌한 타자 소리가 공기 사이로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