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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키워드는 상실과 불안이다. <쁘띠 마망>에는 할머니의 죽음을 기점으로 딸 넬리와 엄마 마리옹이 겪는 판타지 같은 시간 여행이 담겨있다. 첫 장면에서 넬리는 요양원에 있는 다른 할머니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마리옹의 차를 타고 할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은 엄마 마리옹이 어릴 적 살았던 집으로, 이제는 정리해야 하는 곳이다.


아빠와 엄마, 넬리 세 사람이 집을 정리하는데, 어느 날 엄마 마리옹은 먼저 떠나버리고 만다. 그에 아빠와 넬리 두 사람이 할머니와 엄마가 살았던 집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간다. 집을 정리하다 혼자 근처 숲에서 놀던 넬리는 그곳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넬리와 너무 닮은 여자아이. 넬리가 옷만 붉은색으로 갈아입은 듯한 모습의 소녀는 넬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두 소녀는 큰 나뭇가지를 들고 나무 오두막으로 향한 뒤 오두막을 마저 짓는다. 그러다 넬리가 소녀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소녀의 이름은 '마리옹'이다.


갑작스러운 비에 넬리는 마리옹의 집으로 향한다. 도착한 그곳은 엄마와 할머니가 살던, 지금 아빠와 넬리가 정리하는 집과 똑같이 생긴 곳이었다. 마리옹 몰래 방을 구경하던 넬리는 어느 방 안에 젊은 시절의 할머니가 누워서 낮잠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즉 넬리가 따라온 마리옹은 엄마의 어린 시절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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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부모님의 이야기들이 있다. 무엇을 무서워했고 무엇을 상실해 봤으며 그 시절 가장 크게 안고 있던 불안은 무엇이었는지 또 꿈은 무엇이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나는 어릴 때 나만 모르는 것 같은 기분에 울적해질 때가 있었고, 결코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넬리도 그러했다. 넬리는 아빠에게 사소한 것들이 아닌 '진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한다. 그에 아빠는 사실 아버지가 무서웠다고 고백한다. 넬리의 엄마 마리옹도 어릴 때 큰 수술을 앞둔 상태에서 두려워했었다. 또 엄마(넬리의 할머니)에게는 항상 이번이 (살아있는 날 중)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며 하나뿐으로 보이는 부모와의 이별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했던 소녀였다.


엄마 마리옹에게 그 집은 왜 금방 떠나고 싶은 곳이었을까.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에 잠겨 떠난 걸 수도 있지만 마리옹은 그곳에 있는 걸 견디지 못하거나 금방 우울해지거나 집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곤 했다. 하지만 자세한 과거와 이유가 등장하진 않는다. 넬리는 엄마가 이러한 우울로 인해 결국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을 안고 있었다.


이처럼 각자의 두려움을 가진 두 소녀가 공유하는 비밀 하나가 생긴다. 소녀인 엄마의 비밀이자 소녀인 딸의 비밀.


"난 너의 아이야. 네 딸."

"그럼 미래에서 왔어?"

"네 뒤에 난 길을 따라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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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가 너의 딸'이라는 것. 어린 시절의 두려움 속에서 만난 '너'는 어떤 의미일까.

 

넬리는 마리옹이 자신을 23살의 어린 나이에 낳았다고 말해준다. 그에 마리옹은 넬리에게 원해서 낳은 거냐고 묻고 넬리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랬을 거야. 이미 내 마음속엔 네가 있거든." 네 마음속에 내 마음이 있고 내 마음속에 네 마음이 있다. 어쩌면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의 해소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나눠 가진 친구이지 않을까. 서로의 반짝이는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그러한 우정은 때론 나이를 불문하곤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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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은 상실을 무표정하게 받아들이는 것만 같다. 눈물을 보이거나 직접적인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용한 울적함. 그렇기에 돋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빛이다. 이 영화는 빛을 놓치지 않는다. 공허한 집과 어딘가 상실감이 짙어 보이는 장면이라 할지라도 장면마다 빛이 스며들고 있다. 그건 따스한 조명일 때도 있고, 햇빛일 때도 있으며, 달빛일 때도 있다. 또 하나는 웃음이다. 어린 마리옹과 넬리는 몇 년간 합 맞춰 놀아온 자매처럼 역할 놀이와 보드게임을 즐긴다. 두 소녀가 함께일 때 나오는 순수한 웃음소리는 조용함을 뚫고 나와 귀를 간지럽힌다.


영화를 보다 보면 따스한 장면 직후 곧바로 차갑고 적막한 순간들이 의도적으로 붙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러한 편집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판타지 같은 순간에도 현실의 상실을 잊지 않게 한다. 그럼 또다시 불안의 순간마다 빛과 웃음소리를 넣어준다.

 

상실과 불안 속에서 때론 조용하게 때론 웃음 가득하게 '너'와 함께 살아가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 삶의 원동력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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