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마다 카페가 있어 손쉽게 아아를 살 수 있던 한국과 달리 이곳에서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원화로 약 9천 원인 값을 내고 커피 한 잔을 한 모금씩 마신다. 한 모금에 천 원인 셈인가. 구하기 어려울수록 귀하게 느껴져서인지 커피를 전보다 더 원하게 된다.
카페에서 보내는 간만의 여유가 참 좋다. 과제 치여 사느라 놓친 것은 없는지 지난 일상과 대화들을 되짚어 본다. 스쳐가는 몇 장면 중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대화할 때 유독 가지치기가 필요한 지인이 있다. 이 분과 있을 때는 대화의 방향을 수시로 다듬어야 해서 에너지가 두 배로 든다. '두서없이 저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존재 자체가 매우 신기하여 그를 바라보다가 중구난방인 말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음을 찾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기뻤다. 그는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예술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며 이 세 가지를 꼭 가까이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예술 삼각형이 계속 생각난다. 그렇다. 예술이 있어야 삶이 촉촉하지. 이곳 청소년들이 바쁜 정규 과정 외에도 예체능을 괜히 필수로 배우는 것이 아닌데. 음미체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말의 내용 보다 말의 그릇(목소리와 속도 등 말하는 방식)에 사로잡혀 귀가 어두워졌던 점을 자각하며 속으로 그에게 사과했다.
예술을 가까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나는 음미체를 곁에 두고 있는가. 나라는 점을 가운데 두고 삼각형을 그려 현재 상황을 인식해 봤다. '어라, 아무것도 없네.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기둥이 없잖아?' 수혈할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아트인사이트 페이지를 두드렸다. 역시, 아트인사이트. 다양한 경험과 후기가 녹아있었다.
배지은 에디터의 비긴 어게인 글을 보며 OST 감상을 시작으로 황연재 에디터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들었다. 음악 관련 외에도 사랑의 탐구 영화 후기를 읽으며 최근 궁금했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봤다. 각 후기의 색깔이 뚜렷했고 다르게 와닿았고 어떤 것은 공책에 메모까지 해가며 고객을 끄덕였다.
"사랑은 본능이고 관계는 약속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는 약속되지 않은 본능의 만남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의무와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관계가 길어지면 나의 권리엔 불만이, 의무엔 버거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둘을 인지하지 못할 때 관계에 대한 책임감은 사라져 간다. (...) 예의 없게 깨진 약속은 결국 다시 돌아온다." (박가연 에디터)
한국을 벗어나서, 예술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아트인사이트와 거리를 두며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셋이 지닌 편리함과 의미와 가치가 더 크게 다가온다. 속해 있을 때는 알지 못한다. 항상 지금은 알지 못한다. 멀리서 봐야지만 잘 보인다.
커피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꼬았던 다리를 풀고 저장을 누른다. 카페도 공연도 전시도 뭐도 누리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잠시라도 우리말로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트인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예술을 향유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아트인사이트가 한 줄기 빛이다. 마감에 쫓겨 올리는 당신의 글 한 편이 누군가에게 곧 예술이고 커피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