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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부터 위기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슈퍼히어로까지. 영화는 종종 승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속 등장인물들은 전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직장과 사랑을 전부 잃고 자살 시도를 한 삼촌, 책 출판에 고난을 겪는 아빠, 마약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등. 이 영화는 승자가 아닌 패자에 가까운 한 가족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승자와 패자뿐인 세상


 

<미스 리틀 선샤인>은 어린이 미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한 가족의 여정을 담은 로드 무비다. 낡고 좁은 버스 안에서 이들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아빠 ‘리차드’는 9단계의 성공의 법칙을 만들 정도로 승리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다.


 

“제가 만든 9단계의 ‘실패의 거부’ 프로그램은 성공을 향한 통찰력과 노하우를 제공하여 패자의 습성을 떨쳐버리고 꿈을 현실화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는 대학 강사인 리차드의 강연 내용 중 일부이다. 그는 꿈을 가지고 이를 위한 9단계를 철저히 지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9가지의 단계만으로 성공을 이루기에는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살면서 마주할 수많은 변수는 우리가 준비한 대책을 보란 듯이 짓밟는다. 때로는 목표를 향해 우회해야 할 때도, 심지어 목표 자체를 변경해야 할 때도 생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리차드의 성공을 향한 9단계의 법칙은 무의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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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는 딸 ‘올리브’에게 리차드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뚱뚱해질 수 있다며 ‘안 먹으면 날씬하고 예뻐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날씬하든 뚱뚱하든 상관없다는 엄마 ‘쉐릴’의 말에 반박하듯 리차드는 이렇게 묻는다. “미스 아메리카에 나온 여자들이 날씬하니, 뚱뚱하니?”


인생은 하나의 거대한 미인대회와도 같다. 모두가 하나의 기준에만 열광한다. 뚱뚱함과 날씬함, 예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승자와 패자.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단 하나의 선으로 손쉽게 두 부류로 나뉜다. 고등학생 때는 더 좋은 대학을 위해, 대학생이 되면 훌륭한 직장을 위해 사람들은 치열히 경쟁하며 승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성공에 집착하는가?” 기계로 찍어낸 듯 똑같은 옷에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미인대회 참가자들은 마치 사회가 말하는 ‘성공’에 부합하기 위해 애쓰는 현대인들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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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끝에 실패를 마주한다 해도


 

가족들은 미인대회가 열리는 캘리포니아까지 낡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중간에 고장이 나서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가족들이 다 함께 버스를 밀면서 추진력을 얻은 후 한 명씩 차례대로 차량에 탑승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처음에는 손발이 맞지 않아 버스에 탑승하기까지의 과정이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이 맞아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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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가령 아들 ‘드웨인’이 자신이 색맹임을 깨닫고 비행사라는 꿈이 좌절된 상황에서 가족들은 말없이 그를 안아주며 슬픔을 위로한다. 리차드가 책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한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진짜 실패자는 지는 게 싫어서 도전조차 안 하는 사람이야”

 


가족은 성공이 아닌 실패를 통해 성장해나가며 더욱 돈독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힘겨웠던 시절이 결국 자신을 만들었다는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의 말처럼, 이들은 실패해도 주저앉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변화는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에는 승리의 길도, 패배의 길도 없다. 그저 ‘내가 걷고자 하는 길’만 존재할 뿐이다. 드웨인은 비행사의 꿈이 좌절됐으나 비행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며 ‘남들이 뭐라든 좋아하는 걸 하겠다’고 말한다. 미인대회에 참가한 올리브 역시 자신만의 무대를 꾸민다.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관중들은 비난과 야유를 퍼붓지만, 가족들은 이에 반항하듯 무대에 올라 올리브와 함께 춤을 추며 대회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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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향한 여정에서 이들이 발견한 것은 또 다른 길이었다. 이들은 마음속에서 단순히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가족들이 다 함께 버스를 밀어 대회장을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클러치도, 경적도 고장난 낡은 버스이지만 왠지 세상의 어떤 길이든 담대하게 달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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