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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와 가족이나 친구 등 우리와 무척 친한 관계의 사람에게 의외의 면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운동을 못 하던 친구가 수영은 잘한다거나 조용한 줄 알았던 녀석이 술자리에선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가 되기도 한다. 의외성은 때때로 부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항상 다정하고 상냥하다고 믿던 사람이 운전만 하면 욕을 할 때, 종업원에게 하대할 때. 내가 알던 친구가 온데간데 사라지고 사람을 잘못 보았나 하는 실망까지 느낀다.


연극 “실종법칙”은 이러한 의외성을 공연장 안으로 끌고 온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을 사실 깊은 마음 속까지는 잘 모르고 있을 때 느끼는 거리감과 이질감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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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유진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유진의 언니 유영은 동생의 실종이 남자친구인 민우가 꾸민 계획이라 확신하고 그의 반지하 자취방에 찾아간다. 민우는 극구 부인하지만 평소에도 동생 남자친구에게 불만이 많던 언니를 설득하긴 어렵다.


누명을 벗기 위해 진범을 찾아야 하는 민우는 유진이 자신에게만 말해준 유영의 비밀을 폭로하며 되려 유영을 의심한다. 유영은 유진이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말한 것에 경악한 유영은 언니만 알고 있는 동생의 성격적 결함과 어릴 적 사건따위를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온 화살을 극구 부인한다.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는 사이 실종과 관련한 단서가 하나 둘 튀어나온다.


공연은 이 둘이 서로를 향해 공격과 변명하는 장면을 반복한다. 언뜻 지루할 수 있는 실랑이지만 반복은 점차 관객에게 유진을 두 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게 유도한다. 시선의 차이에 따라 유진이란 인물 자체도 굉장히 다르게 보인다.


남자친구가 말한 유진은 너무 뛰어나서 회사 동료에게 밉보인 존재다. 사내에서 따돌림 당하는 일로 무척이나 힘들어한다. 또 최근 언니와 싸운 후 화해하지 못한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남자친구 눈에 보이는 유진은 능력 있고 여린 존재다.


언니가 말하는 유진은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지쳐서 어떻게 이별을 고할지가 최근 고민인 아이다. 따돌림을 당한다기보다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편이다. 영악한 구석이 있어 남들 앞에서 착한 척 연약한 척하며 쉽게 타인의 마음을 얻고 대신 언니인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관객이 둘 중 누가 묘사한 유진을 믿느냐에 따라 극에서 받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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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가 설명한 유진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언니 유영이 무척이나 수상스럽고 악랄해 보인다. 동생에 비해 한참 보잘 것 없는 민우를 낮잡아 보는 것에 비해 막상 유영의 상황도 민우와 다르지 않단 점도 그런 이미지를 강화한다. 과거 잔인한 일을 저지른 일을 변명할 땐 타인이 보는 자신이 아닌, 스스로 설명하는 본인이란 점에서 더 경악스럽다. 이렇게 실타래를 이어간 언니는 동생이 실종된 원인 같다.


유영이 설명한 유진을 따라가면 유진이 굉장히 수상하다. 별 거 아닌 일을 크게 부풀리며 환심을 사려는 수상한 사람처럼 보인다. 일부러 남의 악담을 하며 남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다. 자기에게 유리할 대로 말하는 유진은 상대가 타인을 오해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 유진이 없는 상황에서 유진이에게 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는 상황이 유진의 성향을 설명한 말에 신빙성을 더한다.


민우와 유영도 유진이 모르는 비밀이 있긴 마찬가지다. 서로 속이던 사실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관객은 진짜 유괴범은 누군지 뿐만 아니라 두 캐릭터의 진짜 성격은 무엇인지, 대체 무엇을 숨겼는지 추리하는 즐거움도 얻는다.


현실적인 캐릭터는 보는 내내 주변 어디선가 본 듯 거북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실종법칙"이 내미는 주제가 정확히 와닿는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을 정말 다 알고 있을까? 안다 생각했던 사람들이 정말 그 사람이 맞을까?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말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반면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 대해 정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숨기면서 남은 숨기지 않는다 믿는다. 그러나 연극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얼마나 오만하게 생각했는지 알게 된다. 내가 숨기는 만큼 타인도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또, 상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를 때도 많다. 내겐 소중한 누군가가 어떤 사람에겐 증오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 친한 지인의 양면적인 모습을 목격했을 때의 분노와 충격. 공연은 그러한 충격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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