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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랑을 전하는 그림을 그려요, 세르주 블로크 [전시]

by 김하영 에디터
2023.11.26 10:17
 
 
AH, L'AMOUR!

 
찬 바람이 분다. 뚝 떨어진 기온은 몸도 마음도 잔뜩 웅크리게 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온통 시리다. 이곳저곳에서는 끊이지 않는 전쟁이 일어나고 싸움은 격렬하며, 끝내 멈추지 못하는 삶은 가혹하다.
 
나는 나만의 공간에 앉아서 생각하고, 슬픔을 안고, 묻는다. 내가 지금껏 믿어온 사랑은 존재하는가? 믿어온 모든 것들이 어쩌면 다 허상 아닐까.

얼어붙은 손과 마음을 가지고 거닐었다. 연희동의 평화로운 좁은 골목들과 언덕을 따라가다 보면 ‘뉴스뮤지엄’이 보인다. 작은 공간인 듯 보이는 뉴스뮤지엄은 누군가의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가졌다.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흔치 않다고 생각하는 요즘, 모두가 쉽게 경험할 수 있으면서도 차가운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힘을 가지고 있는 장소로 기능할 만한 곳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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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를 사랑하는 휴머니스트

 

세르주 블로크의 흔적과 애정이 담긴 순간을 탐방했다. 세르주 블로크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상의 모든 이슈와 오브제를 일종의 희극으로 완성하는 재주를 가진 이다.
 
그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매체의 삽화 (뉴욕 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더 뉴요커, 르몽드)와 더불어 정상급 기업(에르메스, 삼성전자, 코카콜라) 및 공공기관(런던 지하철, 프랑스 환경부,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의 광고 작품) 등 국경과 장르를 초월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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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의하는 그 자신은 '유머를 사랑하는 휴머니스트'로, 평화와 박애를 추구하면서도 웃음기를 잃지 않는 태도가 그의 작품들을 완성하는 만큼, 그에 대한 정의로 적절한 축약이라고 볼 수 있다.
 
 
 
선 (Thread)


그에게 선은 항상 그를 따라다니는 존재이다. 귀찮거나 꼭 필요하거나 삶의 이유가 되거나. 선은 선(善)을 행하는 모든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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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간결함과 종교, 신화, 평화 등 모든 주제를 아우를 수 있는 신념의 묵직함은 익살스러운 그림체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특히 전쟁 상황에서의 인간 가치관 혼란과 아군-적군을 가르는 실체에 대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작품의 경우, 근래 수많은 전쟁을 목도하고 있는 세계 시민들과 내가 가져야 할 인류애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감정이 뭉쳐 있는 실타래 같아 풀기 어렵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단순히 끝과 끝만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간단히 사랑과 혐오를 떠올릴 수 있고, 둘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 지는 자명하다.
 
 
 
사랑을 말하며

 

낮은 자세로 그가 초대한 것만 같은 다락방에 도착한다. 고개를 돌리면 지나친 낭만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관람객들이 포스트잇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문에 가득 붙은 사랑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하트 모양의 포스트잇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적은 이름들과, 사랑을 표현하는 몸짓을 담은 그림과, 사랑 그 자체를 정의하고픈 노력들이 담겨 있었다.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도 기쁜 사랑의 모습을 그려놓고 왔다. 


파리, 부다페스트, 밀라노....... 세계 곳곳 어디에 있어도 사랑하는 이를 떠올린다. 달리 말하면 또한 어디에 있든 사랑할 만한 이는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렇게 그는 보편적인 가치로서의 사랑을 추구한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울 점은 이런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잊지 않을 것,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히 여길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

 

지치고 힘든 날에는 되돌아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자. 사랑이 인간의 형상을 띌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이를 닮은 사랑을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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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잊히지 않을 사랑을 되뇌이다 보면 언젠가 따스해져 있는 주위를 체감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준 그의 그림으로 적잖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라며, 그렇게 나 또한 지치지 않는 일상을 살아낼 수 있도록, 오늘도 사랑을 그려 본다. 아주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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