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하나로 약 140년 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 엿볼 수 있는 점이 명화전의 큰 장점 같다. 종업원 기준 뒷무대에서는 한 무용수가 발레를 추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서빙하고, 턴 동작을 준비하고 그림 속 인물들의 모습은 시간이 오래 흘러도 여전히 역동적이다.
전시가 친절하고 그림이 맛있어요
이로써 이번 전시회의 모든 부스를 가볍게 살펴봤다. ‘기법 같은 전문적인 내용들로 가득해 전시를 제대로 못 보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가이드 음성과 설명 모두 어린아이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했다. 화가의 짧은 생애를 소개하기도 하고 그림 속 요소의 상징을 알려주기도 하고 내용도 풍부했다.
종종 작품 설명 카드 옆에 당시 논쟁이나 그림의 뒷이야기 카드가 함께 있었는데 개인 가이드를 대동한 미술 투어 같아 좋았다.
한 예로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그림의 설명 카드 옆에는 X선 촬영 분석 후 그림 아래에 남성 초상화가 있었다는 신기한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림뿐 아니라 액자 복원 과정을 담은 영상과 전시회에 없는 연작 그림 소개 영상은 전시회의 완성도를 더해주었다.
너무 좋은 점만 이야기한 것 같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명화전 소개에도 가장 앞에 소개되는 화가들의 작품은 마지막 부스에 몰려 있었다. 2시간이라는 긴 관람으로 지쳐 집중력이 가장 떨어진 마지막에 가장 기대했던 작품들이 있어 슬펐다.
관람 예정이라면, 체력 분배를 잘하는 게 팁이 될 수 있겠다.
모두 인간이 향유하는 예술
3부와 4부 사이 내셔널갤러리 역사를 짧게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는 공간이 있었다. 화면 가운데에 액자 틀이 있어 장면에 따라 수장고 문이 되기도 하고 명화 액자가 되기도 한다. 작은 포인트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내셔널갤러리는 19세기 왕실과 귀족만이 아니라 영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지어진 공공미술관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유물들을 모두 수장고로 대피시켰지만, 힘든 상황 속 위로와 희망을 건네기 위해 전시 상황에도 ‘한 점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내 의견이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2시간 동안 천천히 전시회를 끝까지 본 결과 미술은 ‘느끼는 예술’ 같다. 사전 배경 같은 전문적인 지식은 알면 더 좋지만, 필수 조건이 아니다. 그냥 직접 보는 순간 또한 작품에 대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 감정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화가 또한 관객이 그림을 보며 저마다 고유한 감정을 느끼길 누구보다 바라지 않을까. 신의 세계만을 담던 화가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 인상주의를 거치며 인간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 것처럼.
감정이야말로 인간적이라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