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잃은 슬픔을 머금은 채,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찾은 주인공 ‘오기 스틴백’. 그는 아들 ‘우드로’의 주니어 스타게이저 대회 시상식 참가를 위해 가상의 사막 도시이자 운석이 떨어진 도시인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해서야 오기는 아들과 딸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리게 되고, 오기의 착작한 마음과는 다르게 그의 딸들은 천진난만하게 엄마의 유골 1/3이 들어있는 상자를 땅에 묻으며 마녀의 마법으로 되살리자고 한다.
딸 ‘그레이스’를 데리고 주니어 스타게이저 대회 시상식 참여를 위해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찾은 또 다른 인물인 여배우 ‘밋지 캠벨’은 오기와의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두 사람은 창 하나를 사이에 둔 채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은은하게 퍼져있는 외로움을 인지한다. 그리고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머무는 시간 동안 적당한 거리의 얕은 연대를 이어나간다.
외계인이 도시의 운석을 가져가게 되면서 정부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발이 묶이게 된 사람들. 외계인이 운석을 다시 가져다 놓으면서 정부의 규제가 풀리게 되고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의 시간들이 꿈인 것 마냥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오기와 밋지도 마찬가지. 밋지는 떠나면서 오기에게 사서함 주소를 남기고, 머무는 동안만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묻기로 했던 오기 아내의 유골은 영원히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묻히게 된다.
*본 줄거리는 영화에서 진행되는 연극 속 등장인물
‘오기’와 ‘밋지’의 관계성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오기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실의 형태가 처음과는 달라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오기의 직업은 전쟁 사진가로 어떻게 보면 상처와 아픔의 현장을 영구적인 형태로 기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이기에 그에게 아내를 잃은 상실의 크기는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오기는 상실 속에만 갇혀있지 않고 결국 나아가게 된다. 나를 지배할 것 같은 감정들도 또 다른 연대로 옅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후에 오기 배역의 배우와 오기의 아내 배역이었던 배우가 만나는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의 대사를 읊어준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새엄마를 만들어주라는 대사를 전달하는데, 오기의 아내 역시 오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길 바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상실에서 너무 일찍 벗어난 것만 같아 죄책감을 느꼈던 오기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요소이자 상실과 극복, 그 이후의 삶은 당연한 순리라는 것을 표현한다.
영화 <메기>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결국 상실이라는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상실이라는 구덩이에 빠졌을 때, 마음껏 슬퍼하고 아파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상실에서 빠져나오는 일이다. 오기가 상실에서 벗어나 나아가는 모습은 희망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와의 관계를 마무리 짓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필자는 후자의 감정을 강하게 느껴 눈물을 흘렸다.
그렇지만 결코, 추억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연극에서 오기의 아내는 등장하지 않는다. 원래는 오기와 그의 아내가 꿈속에서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던 듯하지만 삭제되었다. 오기의 손에 들린 것은 그녀의 사진 한 장뿐이다.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이 삭제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그녀와의 추억은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하나로 떠오르는 연쇄적인 추억의 양은 거대할테니.
잠들지 않으면, 잠에서 깰 수 없다
“잠들지 않으면 잠에서 깰 수 없다.”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전달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일에는 순리가 따른다는 것, 결국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메시지는 오기의 이야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상실이 없다면 사랑도 없을 것이고 혹은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영원히 그 안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오기는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아내의 유골 1/3을 묻었다. 천국도, 신도 믿지 않는 오기였지만 아내를 별나라에 두고 갔다. 나머지 2/3은 어디에 묻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기는 곳곳에 그녀와의 추억을 묻으며. 그리고 사진 하나에서 비롯되는 그녀와의 추억을 벗 삼아 앞으로 나아가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별안간 하늘을 쳐다보며 별나라에 있을 그녀를 그리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남은 것은 상실이 아닌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