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그림 또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신화나 성경, 역사 등의 이야기가 담긴 고전미술을 선호하는 편이고, 그 배경들을 더 알고 싶어 학부 시절 미술사를 공부하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그림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어려워하는 편이었고, 한 명씩 돌아가며 그림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시던 교수님의 질문에 답하는 게 어려운 일 중 하나기도 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예술파라기보다는 학구파에 속하는 사람인 듯하다.
평소 전시를 관람할 때도 해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전시 관람 루틴에서도 나타난다.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전시장 동선을 돌며 관람을 하고, 두 번째는 작품 또는 작가의 설명을 위주 로 관람을 하거나 도슨트 투어를 돌며,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거나 한 번 더 보고 싶은 작품들을 다시 한번 관람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을 좋아하는 동료와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상반되는 그림감상법을 가진 것을 알고 서로에게 놀랐던 적이 있다. 동료는 그림에 대한 설명 또는 해설을 듣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온전히 자신만의 눈으로 그림을 마주하는 것을 선호했다. 본인의 마음이 '이제 됐다'고 신호를 보낼 때까지 한 작품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 오롯이 그림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생긴다고 했다.
동료와 가장 큰 차이점은 작품 해설 참고 유무였는데, 동료는 해설이 그림 감상 방법을 한정짓는 것 같아 지양하는 반면 난 해설이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감상방식을 나누며 동료는 자신의 감정이, 그리고 난 그림을 통한 지식에 더 포커스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신기해했다. 그날의 대화로 동료의 그림 감상법이 궁금해졌으나, 해보지 않던 방식으로 그림을 감상하려니 쉽게 되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누군가 듣고 있었는지, '어떻게 하면 감상 방식을 넓혀 볼 수 있을까'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내가 읽는 그림]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읽는 그림]은 데일리 미술 구독 콘텐츠이자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BGA(백그라운드아트웍스)에서 작성한 책이다.
BGA의 '나만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작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책은 이에 맞는 121편의 '작품+에세이' 페어링을 엄선하여 수록하였다. 에세이를 작성한 분들이 시인, 문화평론가, 방송작가, 화가, 큐레이터 등 다양한 직군의 필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여러 톤의 감상을 마주할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나의 감상방법과 비슷한 방법이자, 앞으로 감상의 방법을 더 넓혀 나갈 방법은 손현선 작가의 '틈새로 왕복하기'가 아닐까 싶다. '틈새로 왕복하기'는 작가의 눈으로 작가의 마음을 바라보고, 작품을 만들 때 작가가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방식이다. 작가와 그림에 대한 백그라운드 지식을 바탕으로 그림을 감상하던 방식에 손현서 작가처럼 작가의 작업 과정을 상상하며 그림을 감상한다면, 작가가 작품에 심어놓은 어떤 틈 사이를 왕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되었다.
책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숨겨진 명화와 동시대 작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속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 또한 나만의 눈으로 그림을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구적인 방법으로 그림을 감상하다 보니 추상화와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데 있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에서는 현대미술 작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다루는데, 그들의 작품과 그에 대한 에세이를 읽어나가며 익숙지 않았던 그림과 작가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조금식 허물어져 갔다.
[내가 읽는 그림]은 평소 접했던 미술서적과는 결이 다른 책이다. 지금까지 접했던 미술서적은 미술의 역사를 또는 지식을 담고있는 적이 대부분이었다. 내게는 아주 흥미 있는 이야기였지만, 항상 고수해 오던 방식 외에 나만의 조심스럽고 진솔한 '감상'을 할 수 있는 방식이 궁금했고, 또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은 새로운 방식으로 화가와 작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전시를 좋아하지만 그림에 장벽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내가 읽는 그림]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작품을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앞으로 만날 수많은 전시가 훨씬 풍요로워질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