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순간에 자주 망설인다. 두렵거나 공포스러운 순간일수록 그 감정은 더 커진다. 그 순간은 늘 전쟁과 같다. 그럴 때마다 도망가는 선택을 했다. 어떻게 그 전쟁과 같은 순간을 용기 내 맞닥뜨릴 수 있을까. 20세기 전쟁을 기록한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이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을 다룬 책 <전쟁의 목격자>는 히긴스와 인연이 있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였다. 그녀는 제 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전쟁의 현장을 망설임 없이 향한 종군기자였다. 그중 그녀의 한국전쟁 종군 일화는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히긴스는 한국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이틀 만에 전장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그로부터 6개월 동안 한반도를 누비며 전쟁의 상황을 보도했다. 그녀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으로 쓴 <자유를 위한 희생>으로 퓰리처상 국제 보도 부문에서 여성 최초로 수상한다.
히긴스가 전쟁을 기록하는 방식은 누구보다 거칠고 사실적이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전쟁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다. 한강 인도교 폭파와 서울 함락, 맥아더 사령관의 한강 방어선 시찰 취재. 전쟁의 굴곡에서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기사를 타이핑했다. 전쟁에 의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보도였다.
한편, 그녀는 ‘여성차별’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맞닥뜨려야 했다.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군 사령부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기도 하고,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현장에 남아 차별로부터의 전쟁을 통과한다. 맥아더 사령관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도 하고, 직접 추방명령을 내린 워커 중장에게 전화로 “기자에게서 보도권을 빼앗지 말라‘며 저항하기도 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 시대로부터 저항했기에, 더 치열히 그 시대의 전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마거리트 히긴스가 전쟁터로 이끌려지는 동력에는 ‘기자로서의 사명’이 있다. 20세기 전쟁이 일상인 시대에서, 전쟁의 현장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 기자로서의 분명한 사명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기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며 시대를 살았다.
오늘도 우리는 일상에서 온갖 전쟁을 치른다. 가부장 사회와의 전쟁, 권위 중심 사회와의 전쟁, 배금주의 사회와의 전쟁. 마거리트 히긴스는 이 모든 전쟁으로부터 마땅히 저항했다. 그녀의 삶은 오늘 우리에게 위로이자 교훈이다.
전쟁의 현장으로 용기 내 뛰어든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을 읽을 수 있는 책 <전쟁의 목격자>. 이 책을 통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전쟁으로부터 저항할 용기를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