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왕양치기(인스타그램 @yangchikii)
수 년 전, SNS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한 컷에 담은 ‘그림왕양치기’ 양경수 작가의 그림을 볼 때는 몰랐다. 그저 뛰어난 언어유희가 담긴, 위트 넘지는 직장인들의 유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곧 내 이야기가 되었다. 어느 날 퇴근 후 들린 서점에서 그의 그림이 담긴 책을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에 들었다가 지나친 공감에 서러움이 밀려야 못 볼 걸 본 것마냥 다시 내려 놓았다. 퇴근하면 직장인 스위치를 내리고 ‘나’로 존재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기 때문에 공감이고 나발이고 일단 ‘회사’라는 것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쌓인 일이 절반도 줄어들지 않았는데 벌써 5시일 때, 출근했는데 퇴근해야할 것만 같이 피곤한 목요일 아침, 매일 같이 6시 퇴근을 바라지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내 마음을 대변하는 짤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샵(위 직장인의 넵!모티콘, 아래 직장인 감자의 하루)
카카오톡에는 취향에 맞는 귀여운 캐릭터 이모티콘과 함께 사회생활/직장생활과 관계된 이모티콘이 늘어난다. 세상은 넓고 이모티콘은 다양하고 그중 회사단톡방에서 쓸 수 있고 회사 관련해서도 쓸 수 있는 것은 몹시 많았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취향보다 필요에 가까운 이모티콘 구매가 늘었다.
주변에서 짤과 이모티콘이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호더 기질이 있기도 하지만, 내 감정을 대신 표현해줄만한 것을 발견하면 지나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감’은 많은 힘을 갖는다. 좋은 일보다 힘든 일일 때,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또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안을 느낀다.
직장인짤봇의 몇 개의 짤을 공유했을 때 ‘이런 거 그리는 사람 천재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수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정확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너무 바쁘고 피곤할 때,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그림 한 컷, 이모티콘 하나로 내 상황을 전달한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기분. 우리의 공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