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지 페스티벌에 가는 길부터 험난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무더운 여름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한 도보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아마도 길치인 나에겐 뱅뱅 돌아서 갔기에 시간이 꽤 걸렸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표를 수령하고 행사 일정을 훑어봤다. 여러 공연과 전시 시간대와 장소가 적혀있었는데, 처음엔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보러 가는 식이었다.
지구 옆 동네 (춘향뎐 Ver.마포)
4시쯤 넘어서 도착했는데, 나무 테크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에서 우연찮게 “지구 옆 동네” 춘향뎐을 보게 되었다.
이 공연이 무엇보다 좋았던 게 그저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자리에서 공연을 보게 되니 나도 덩달아 몰입하게 된다. 춘향뎐 공연을 몇 번 보긴 했지만, 길을 가다 자연스레 딴 길로 세듯이 편안하고 즐거운 관람이었다. 다만, 푹푹 찌는 더위에 오래 보지는 못했다.
나무테크 T6 외관
더위를 피할 겸 전시를 보고자 T6로 들어왔다.
서울프린지 페스티벌 아카이브 전시: 1998 - 2019
프린지 페스티벌 내 상설전시라 둘러보는 도중 예술 하면 떠오를 법한 단어들, 그리고 문구와 독립예술에는 제한이 없어!라고 전해주는 듯한 메시지 "예술적 일탈을 상상하다!"의 키워드답게 자유로운 공간의 작업실 모습이 대신 말해주는듯 싶었다.
남북 청소년의 통일 연극 <너에게 간다>
1층은 커피숍 2층은 사전예약을 해야 볼 수 있는 공연과 ‘청소년극장 창작소’에서 준비한 너에게 간다! 남북 청소년의 통일 연극이었다. 이 연극이 청소년 연극이며, 한때 고등학생 때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나름 했던 일들이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그때 당시 연기했던 저 모습이 다른 한편으로는 비슷하게 느껴져 애정이 담기는 것 같았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여기 오기 전부터 미리 체크해 두었던 “느리게 걷기X14squad”을 관람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보러 가던 도중에 워터파크에 온 듯한 기분이 들면서도,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 줄 프린지 살롱이 있었다. 시원한 음료라든지,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왕 가는 길에 바닥나버린 체력도 보충할 겸 군것질을 하면서 이동했다.

"끝 따라는 딴까지 간다." 공연을 보기 전
앞에 붙어있던 포스터이다.
정말 끝까지 뛴다. 이 연극에서 출연진 모두가 끝까지 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연출가는 실수 없고 완벽한 공연 준비를 시킨다. 하지만, 출연진들은 서투른 몸짓과 실수로 결국 공연을 망치게 되는데, 이 실수를 만회하고자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얻고 출연진들은 달린다. 끝까지, 완벽하게 공연을 끝낼 수 있도록.
어떻게 보면, 즐겁고 유쾌한 공연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면서도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온몸의 연기를 보여 준 출연진들과 뜻깊은 포토타임을 가지면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씨어터2 순간"을 보러 갔다.
원작 <가내노동>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가정의 평화 그리고 부부간의 관계. 다가기에 쉬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에 집중했다. 그 공연장은 특이하게도 소리의 울림이 컸었는데, 이 울림이 소음이 되기보다 분위기를 잡고, 관객에게 그대로 닿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전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공연이 끝나고 온몸의 소름이 가득하게 남아있는 지금, 슬슬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이때만큼은 더 즐기고 가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