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기대 이상, 생소한 즐거움
하림에 공연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주류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그의 공연은 언제나 생소하다. 또한 음악이나 예술이란 게 본래 그렇듯이 취향에 따라 감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하림의 공연에 대한 나름의 확신이 있는 이유는 항상 기대 이상의, 그간 느끼지 못했던 경험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Music
Jambo Africa
르왕와강
남쪽나라 남십자성
기린아저씨
바오밥나무
응고롱고로
개코원숭이
마사이소년
카네이션을 달자
와푼다페이
세렝게티에 비가오네
흙먼지바람
해지는 아프리카
지난 10일부터 3일 간 진행된 <아프리카 오버랜드>에서는 하림이 아프리카 여행에서 얻었던 감상을 바탕으로 만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놀라웠던 건, 단 한 곡도 익숙하거나 진부한 제목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언제나 듣는 사랑 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예술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건 이렇듯 뜬금없는 노래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공연 내내 심심할 틈이 없었다. ‘르왕와강’이 뭔지, ‘마사이소년’은 또 누구고 ‘와푼다페이’는 이름인지, 산 이름인지조차 알 수 없었으므로, 개념이나 단어부터 한 발 한 발 알아가야 했으니 말이다.
더불어 아프리카는 막연히 사막, 오아시스, 초원, 원주민들과 같이 파편적인 이미지만이 중첩되어 보일 뿐, 우리에게 아직 익숙한 세계가 아니다. 그런 아프리카의 공기, 하늘, 석양을 녹여낸 음악은 평소에 듣는 음악과는 분위기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같은 기타와 같은 타악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저들에게 이런 소리가 있었나?' 싶을 만큼 다른 소리로 들렸다.
02
아프리카 여행하기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 공연에 등장하는 노래와 가사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야한다. 이를 위해 하림이 선택한 방식은 바로, '아프리카 육로여행'이다. 공연자들이 가이드가 되어 관객들을 데리고 아프리카 여행을 한다는 컨셉인데, 누군가는 가이드를, 누군가는 총무를, 또 다른 누군가는 음식을 담당한다.
처음엔 '너무 허술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시간 내내 아프리카의 응고롱고로라는 산과 거대하게 흐르는 르왕와강, 이층버스 옆으로 고개를 숙인 기린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방법이 꽤 효과적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이 묘사하는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과, 끝이 없는 석양을 상상하면 마치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프리카 여행담을 듣는 재미에 빠져있을 때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말 그대로 청중을 육로여행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올해 <아프리카 오버랜드>의 첫 공연날이었던 10일, 공연자들이 '응고롱고로'를 부르는 와중에 관객 몇 명이 객석을 떠났다. 급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아마 공연에 등장하는 음악들이 익숙지 않을 뿐더러 정말 본인 취향이 아닌 모양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아프리카 오버랜드>의 음악은 내 취향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오버랜드>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들의 음악이 이질적이고 거부감이 들기 보다는 얼마든지 환대할 수 있을만큼 신선하고 새로웠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공연장을 찾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니 '이상하고', '신기한' 것들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있는 이들에게 <아프리카 오버랜드>는 어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