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소나기마차'
아트인사이트를 통한 대학로연극은 2번째로 극단 '소나기마차'를 관람하게 되었다. 동숭아트홀 방문은 처음이었는데, 긴 나선형 계단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존경하는 마을 여러분,여러분은 아직 그걸 실제로 본 적이 없겠지요.그게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생겼는지.그건 말이죠.아주 시커멓고 끈적거리고 거대한 괴물이에요.몸뚱이에 손발이 지네처럼 오백 개는 달렸는데.어디든 도망가려고 하면 쫓아옵니다.아무리 빨리 뛰어도 소용이 없어요.그건 두려움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어디에 숨어도 마찬가지죠.그럼 어떻게 할까요.딱!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두려움을 없애는 겁니다.잘 들으세요.그게 온 마을을 휩쓸어도.비명 소리가 들리고 우지끈 무너지는 소리가 나도.여러분은 마음속으로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해야 됩니다.그게 나 퍼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법이에요.지금부터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죠.졸거나 지루해하는 분은소나기가 삼켜버릴 지도 몰라요!"-연극'소나기마차' 中-
극단 소나기마차는 여러 마을을 전전하며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야기꾼이다. 그들은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 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소나기마차 단원들의 삶은 마을 안에서 이야기를 들을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어내는 것의 반복이지만 사람들에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알리고,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들의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 속에서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공연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떤 모습으로든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공연을 보는 동안 세상을 녹여 버리는 소나기 가운데서도 처절하게 이야기를 하려는 단원들의 모습에 이야기를 전하려는 궁극적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작품 소개에서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말은 즉, ‘어떤 인간으로,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말과 같다고 한다. 힘든 상황 가운데서도 소나가마차라는 극단이 계속 이야기를 전하는 것과 비극적 결말을 맞은 것 또한 모두 그들 선택의 몫이었던 것이다. 결국 단원들은 서로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결말을 맞는다. 중간중간 기괴한 장면들도 많아서 예상했던 내용보다는 조금 난해하다 느껴지기도 했다.
극단 소나기마차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창작자의 고통, 예술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실에 관한 이야기도 함축적으로 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극단에게 있어 가장 두려우면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내야 하는 대상은 바로 대중들이다. 또, 여러 형태의 예술작품은 모두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예술의 일부이며, 동시에 누군가가 독창적으로 창작해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예술은 독창적이고 모방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모순적으로 모든 예술은 무언가의 모방이기도 하다. 그러한 모순가운데서 예술은 대중적이지 않아도 사람들을 설득하고 메시지를 담아내야 하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런 시각에서 극단 소나기마차의 모습은 무엇인가 창조하는 것에 대한 모순과 고민, 그에 대한 반응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창작자의 마음을 대변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