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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난 단 하루의 시간


-비포선라이즈 
(Before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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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신경쓰이는 게 뭐야?
너, 아마도.

널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걸.

-제시


 
 제시와 셀린. 한 독일인 부부의 싸움으로부터의 소음에 방해받던 셀린은 그들을 피해 제시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게 된다. 그리고 마주앉은 둘은 우연히 얘기를 하게 된다.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기차에서 그들이 얼마 나누지 않은 대화들, 여행의 동기에서부터 죽음에 관한 스스로의 담론들까지 짧은 시간 동안 둘은 서로에게 집중한다. 찰나의 시간을 통해 얘기를 하는 동안, 둘은 서로 통하는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비엔나에 도착한 기차.  내리지 않은 남자. 지금 이 사람과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찰나의 고민이 스친다. 제시는 결정한다. 이 감정을 모른척 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제안한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내일 아침이 오기까지 당신과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고. 그리고 그녀는 수락한다. 이윽고 해가 뜨기 전까지의 찰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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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하루의 마법
 
 
 둘은 서로에게 대해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었다. 한 사람은 내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또 한사람은 내일 파리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는 것 말곤 말이다. 그 대신 시시콜콜한 플레이보이의 여모델과 타인에게 느꼈던 첫번째 성적인 감정에서 부터 페미니즘, 섹스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영화 내내 내뱉는 모든 대화와 그들 스스로가 가진 철학이 서로가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정보로 새겨진다. 이렇듯 영화의 내러티브는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의존한다. 자칫 지루하고 늘어질 법한데도 말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BGM과 시각에 휘몰아치는 전개도 없는 이 영화에 왜 많은 이들이 이토록 집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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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단 하루. 다음 날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마력 덕분일지도 모른다. 기차 안에서 짧았으나 강렬했던 그들의 대화는 서로에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공통된 감정을 선물한다. 제시가 건넨 제안과 그를 수락하는 셀린. 기이해 보이는 그들에게 걸린 마력의 효과는 비단 그 둘 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를 감상하는 모든 관객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그들에게 단 하루라는 시간의 제약은 그들에게 어렇다 저렇다 할 밀당과 관찰로 부터 오는 숙고의 장애물을 가차없이 뛰어넘게 만든다. 그들이 온전히 몸을 기대는 것은 그 사람의 건네는 말과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의 옆에 있다는 순간의 진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애써 복잡한 길을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비엔나에서 맞닥뜨리는 순간의 감정과 이야기들에 있어 그들은 솔직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랑에 빠져본 적 있어?

-셀린



 하지만 하루라는 짧은 시간 속을 걸으면서도 결코 그들은 성급하거나 어리석지 않다. 어리석게도 의미없는 약속들을 자행하지 않았고, 섣불리 감정의 변화를 정의하고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묵묵히 매 시간에 충실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은 찰나의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며 조심스럽고 깊게 서로를 각인시킨다. 서로를 탐하며 모든 행위와 표정을 담으려는 눈짓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영화 초반부에 셀린이 제시에게 던졌던 “사랑에 빠져본 적 있어?” 라는 질문의 답을 영화 전체에서 그 해답을 어렴풋이 체감한다.
 

단 하루의 마법.
그 매력적인 마법에 걸린 제시와 셀린은
서로의 삶에 잊지 못할 환상적인 공상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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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 속의 세계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어
우리가 우리 세계와 시간의 주인인것만 같아
난 네 꿈 속에, 넌 내 꿈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야.
진짜 멋진 건, 우리가 함께 보낸 이 저녁이 꼭 존재해야 하는건 아니라는 거지.
그래서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나봐

하지만 아침이 오면 우린 모두 호박으로 변하겠지?

-비포 선라이즈 中


 
단 하나의 기약

 
 내일은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한 레스토랑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전화를 거는 상황극을 한다. 서로의 친구인척 연기하며 그들은 하루의 일탈 속 순간의 감정을 털어놓듯 서로의 눈을 보며 말한다. 처음 느꼈던 감정부터 하루를 함께하며 느꼈던 감정까지 친구에게 속삭이듯 조심스레 전달한다. 하지만 하루의 끝자락에서 그들은 다음의 기약을 맹세하지 않는다. 현실이 다가오고 이후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과연 꿈 같은 세계에서 깨어나 마주할 현실의 그들을 만날까라는 두려움을 느끼며 그들은 꿈만 같은 흘러가는 시간과 설렘들을 붙잡아야 할지, 그저 기억 저편에 간직해야할 추억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고민하고 망설인다. 그리고 그들은 선택한다. 망상도 추측도 없는 어느 특별하고 멋진 하루로 모든 것을 간직하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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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과 같은 망상
리무진 같은 속눈썹
오, 그대 예쁜 얼굴로
내 포도주 잔에 눈물을 흘려주오

저 큰 눈을 보라
그대는 내게 어떤 의미인지 보라
달콤한 케이크와 밀크 셰이크

나는 망상의 천사
나는 환상의 퍼레이드

내 생각을 그대가 알아주길
더 이상의 추측은 사라지길

나의 과거를 그대는 모르네
우리 미래를 우리는 모르네

강물의 나뭇가지처럼 인생에 정체되어
조류에 휘말려 하류로 흘러가네
난 그대를, 그대는 나를 운반하리
그것이 마땅하니

그대는 날 모르는가?
지금쯤 날 알지 못하는가?


-비포 선라이즈 中 한 부랑자의 시


 
 어설프게 건넨 작별인사 후 잔디밭에서 그들은 키스를 나눈다. 셀린과 제시는 누구보다 강렬하고 아릿한 끌림으로 인한 교감을 아름다운 기억의 끝이 허영으로 얼룩져 그저 하찮은 여행 속 일탈로 치부해버리고 싶지 않기에 육체적인 관계를 거부한다. 터져나오려는 진심을 꾹 눌러담은 채로 동은 트고 비엔나를 떠나는 기차 앞으로 도착한다. 그러나 머뭇거리며 서툴게 이별을 말하려던 제시와 셀린은 마지막을 맞닥뜨리자 토하듯이 진심을 쏟아낸다. 서로의 감정이 같음을 이제야 확인한 그들은 이제껏 하지 못했던 단 하나의 약속을 선물한다. 6개월 후 이 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 하지만 영화는 진실된 마지막을 보여주지 않고 관객에게 그 몫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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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하고 관객은 그들이 선택한 진실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남긴 마법같은 여운은 이 영화에 오롯이 남아 있다. 비포 선라이즈 속 꿈만 같았던 순간 순간의 마력은 해가 뜨자 깨졌고 제시와 셀린은 현실을 마주했으나, 관객에게까지 미친 이 마력은 아직도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거야
널 영원히 기억하려고

그리고 이 모든 것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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