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치정'>
먼저,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한다고 느꼈다. 몇몇 장면들은 정말 현실감 있게 연기해서 무서울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연극 자체가 너무 난해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연극에 난해함에 가장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작은 서사들이 너무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미시서사들이 '치정'이라는 하나의 큰 서사로 모이긴 하지만 여전히 어느정도의 개별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극의 흐름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치정'이란 소재 자체는 관객의 흥미를 충분이 끌 수 있는 소재인데, 작은 서사 하나하나들이 극 속에서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기 위해 프리뷰때 받았던 자료들 중 '작가 기획의도' 부분을 계속 읽어봤다.
(앞부분 생략)<치정>은 이러한 수상한 관계가 뒤집혀진 현상이다. ‘잘못된 만남’, ‘불륜’, ‘사랑의 죄악’의 이면에 숨어 있는 ‘정치’, 즉 ‘권력 관계’, ‘이해 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떨치지 못한 부적절한 관계들로 인해 21세기가 된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목도하게 되는 결핍과 과잉의 감정, 그로 인한 폭력과 단절들이다.잘못된 상식과 그 상식에 대한 무비판적인 믿음은 실상 위에 실상을 대신해 자리 잡은 허상에 대한 또 다른 맹목적 믿음이고, 이러한 반복이 실상을 덮은 허상의 겹겹들이다. 100년도 안 된 세월 속에서 무엇이 역사적 진실인지를 놓고 소모적으로, 정략적으로 싸우고 있는 문화권력과 권력문화를 볼 때, 너무나 겹겹이 굳어져 단칼에 쳐내지 못 할 허상의 껍질에 정신이 막연해지기도 한다.그래서, 모든 것에 패가 갈리고 애국은 물론, 슬픔과 애도에도 진영논리가 개입하는 이즈음 웃으면서 짚어보고 생각해보고자 한다. 사심 없이 정치하고 공명정대하게 권리와 권력을 나누면 연애와 성생활의 뒤끝이 안전할지. 또 는,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않고 의리로써 연애하면 나라가 바로 서고, 역사가 바로 설지.
일단 프리뷰 때 이 부분을 깊이 읽지 않은 것을 반성한다. 나는 여기서 언급된 '정치'를 좁은 의미의 정치, 국회의원들이 하는 바로 그 '정치'로 나 혼자 판단하고 이해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기서 사용된 '정치'의 의미는 확장된 의미의 '정치'이다.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좁은 의미로서의 정치 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로 인간과 인간 간의 권력 관계와 이해관계까지 포함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정치'는 사라지고, '치정' 만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작은 서사들이 좀 더 짜임새있게 구성되었다면 작가의 기획 의도가 좀 더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었을 듯 하다. 시놉시스를 재밌게 읽었는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