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둘째 주 예술의 전당에서는 월간 객석에서 주최한 라이징스타 공연이 개최되었다. 공연은 크게 서로 대비되는 두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1부는 비교적 정통의 클래식으로, 2부는 레이너 허쉬의 유머 심포니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레이너 허쉬가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고 쇼적인 요소가 강해서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쉬웠기 때문에 1부와 2부의 균형이 맞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케스트라 한분 한분의 얼굴까지 보일것같은 앞좌석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1부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2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닐까라는 건방진 생각도 했는데, 라이징스타의 이름에 걸맞게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분들이 나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자체가 죄송스러웠다.
팜플렛에는 곡 이름들이 쭉 써있었지만 제목만으로 무슨 곡인지 알 정도로 뛰어난 클래식 매니아가 아닌 나는 그때그때 곡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나왔던 곡은 슈트라우스 박쥐 서곡, 지휘에 집중할 수 있는 워밍업
이후에 처음 등장한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세일이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1악장
개인적으로 협주곡이라고 해서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연주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음도 음이지만 풍부한 표현에 눈이 가는 연주였다.
이후에 등장한 연주자는 첼리스트 이정란씨로 헝가리안 랩소디를 공연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올린보다 첼로의 음을 좋아한다. 협주곡이다보니 첼로의 음이 많이 부각되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연주자 사이의 눈짓, 호흡, 사소한 신호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마지막 라이징스타인 테너 김세일씨의 공연이었다.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중 남 몰래 흐르는 눈물과 레하르 오페라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노래했는데, 마이크를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히 들릴 정도의 소리가 나는 것은 언제 보아도 놀라웠다.
국내 유망주들의 공연으로 채워진 1부가 끝나고 2부로 진행되면서 모든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든 레이너 허쉬가 등장했다. 처음에 생각보다 마른 몸에 이리저리 팔딱팔딱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적인 오케스트라와 대조되어 당항스럽기도 했다. 모 드라마의 '닥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끊임없이 박수와 반응을 유도하는 모습에 아무리 유머 오케스트라라지만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한국어 잘 알아듣기 힘들고, 아무리 유머라지만 너무 오버하는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관객들의 흥이 점점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흥에 휩쓸려가고 있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예술의 전당에서 큰 소리로 깔깔대며 마음껏 폰을 만져볼 수 있을까?
관객들의 최대의 호응을 글어내기 위해 익숙한 곡들이 많이 나오고 짧게 편곡된 곡들이 쉴새없이 몰아치는 구성을 지닌다. ppt부터 시작해서, 저글링, 관객들이 내는 소음으로 구성된 곡, 즉석 투표로 진행되는 편곡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관객들을 반긴다. 특히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은 기존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다. 무대에 올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본 관객들은 평생의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가 어렵기도 했고, 끝날듯 끝나지 않는 공연이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다. 차분함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난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난잡함 속에서는 선명한 즐거움이 빛난다. 어렵고 고상한 클래식의 공식을 깨부수는 공연이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연주자, 그리고 관객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협업을 감상하고 있자니 두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교양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공연, 라이징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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