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은 보도사진을 접하면서 느꼈던 시각적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 특별히 흥미롭지 않았던 평범한 보도사진의 사각프레임 속 각각의 요소들 즉 색채와 구도, 분위기 등이 시각적 매력으로 다가옴에 따라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사건들을 습관처럼 수집하고 분류한다. 이때 전달되는 대부분의 이미지들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혹은 끔찍한 순간(누군가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보는 감상자에게 그저 매일 검색하는 인터넷 기사의 한 일부분에 불과한)들이다. 이러한 보도사진 속 흥미롭게 다가온 몇몇 사건들을 채집하여 시각적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특정 사건에 대한 지시성은 사라지고, 그 안에 담긴 내러티브 또한 상실된 채 순수하게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감정 그 자체에 주목하게 된다.
이렇게 재구성된 이미지는 현재 어떤 재앙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폭파연기, 전쟁의 긴박함을 알리는 전투기 등이다. 하지만 사진 속 그것이 내포하는 인명피해, 재산피해 등 정보와 국제정치적 권력관계는 제거된다. 즉 전쟁과 파괴가 발생하게 된 이데올로기는 제거되고 단순한 조형요소들만이 남는다.
《선, 기억, 파편》작품은 앞서 보여준 일련의 페인팅 작업과는 다르게 보도사진의 이미지를 어떠한 가공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실제 사건의 장면이 찍힌 사진을 그대로 보고 표현한 연작으로 작품의 제목처럼 “선, 기억, 파편”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건을 바라보는 무덤덤한 태도로서 순간의 풍경을 스케치할 뿐이며, 실제를 찍은 사진의 기록은 기억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그 기억은 순간의 파편처럼 이내 곧 사라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처럼 작품들은 현 보도에 대해 뜨거운 감정을 싣거나 도덕적 판단, 또는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는다. 그저 사회적 권력의 문제의 가장자리에서 객관적(개인적인 무관심) 풍경으로써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지금 세대가 바라보는 이미지에 대한 하나의 시선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