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철 설치 조각 : 침묵의 소리
잎들이 떨어져 땅으로 돌아가는 11월 BSSM 백순실미술관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이듬해 봄 다시 피어날 생명들을 묵묵히 보듬어 안는 11월의 땅처럼 미술관은 ‘블루메미술관 (Blume Museum of Contemporary Art, BMOCA)’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보다 깊고 단단한 호흡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미술관의 건축적 상징인 굴참나무 학명의 마지막 단어인 블루메(Blume)에서 비롯한 미술관의 새로운 이름은 살아있는 나무를 품에 안고 지어진 건축의 모습대로 현대미술을 통해 생명을 지향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미션을 반영한다.
소멸이 아닌 생명의 시작을 의미하는 11월 <침묵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김기철 작가의 개인전은 보통 소리의 멈춤, 나아가 죽음을 은유하는 침묵에 소리가 있다고 말한다. ‘소리없는 아우성’과 같은 역설이다. 헤이리라는 장소와 전시장을 보며 소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라 말했던 그가 왜 소리가 아닌 침묵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김기철은 ‘소리조각(Sound Sculpture)’이라는 개념으로 지난 20년간 일관되게 소리를 조각의 재료로 다루어왔다. 그는 정지된 사물로서의 조각에 단순히 소리의 요소를 더한 것이 아니라 소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가는 가운데 철학적인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길이와 높이, 양과 색 같은 소리의 물리적 조건들을 시각적으로 건조하게 재현한 초기작업에서부터 빗소리 같은 자연음으로 심상의 풍경을 자아내는 감각적인 공간작업들, 그리고 사람의 음성을 통해 소리의 의미론적 시원을 다루는 최근 작업에 이르기까지 소리의 여러 층위들을 두드려온 그가 이제 가장 단단한 층, 즉 소리의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리에 대한 오랜 관심이 그 대척점으로 인식되는 침묵으로 귀결된 것이다.
그렇다면 침묵에 관한 이 전시는 무음, 즉 소리가 없는 상태에 관한 것일까. 김기철은 침묵도 소리라고 말한다. ‘들리지 않는’, ‘듣고자 하지 않는’ 소리라는 것이다. 소리란 듣는다는 것에 관한 것이고 결국 소리는 마음에 관한 것이다. 철학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 질문에 그는 매우 조각적인 방식으로 답한다. 메트로놈 진자 사이의 공간을 통해 소리의 틈이 침묵인지, 침묵의 틈이 소리인지 질문을 던지고, 침묵의 속도-소리의 속도와 같은 343m/s-를 긴 금속관의 길이로 가시화한다. [벚꽃 떨어지는 소리]라는 제목의 천구조물은 시각적 아름다움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소리, 지각방식에 따라 각자에게 다르게 찾아오는 침묵의 주관성을 촉각적으로 보여준다.
존 케이지의 말처럼 “결코 침묵이란 없다.” 침묵은 멈춤 없는 흐름으로써의 소리에 속한 것이고 ‘소리를 듣다’라는 지각과 마음의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기철이 침묵에 관한 서두라고 소개하는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소리의 결말로써 침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명 소리에 관한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 전시기간: 2014.11.01~2015.01.04
- 전시장소: 블루메미술관(구 BSSM 백순실미술관)
- 입장료: 무료
- 문의: 031-944-6324 http://www.baiksoonsh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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